[이만수 칼럼] “이렇게 감동과 재미 넘치는 야구 또 있을까?”

지난 2월 24~2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열린 제1회DGB배 동남아야구대회 당시 라오스 선수단. 라오스는 당시 태국에 이어 준우승했다. 

25일 송도 LNG야구장에서 오전 훈련을 끝내고 점심 뒤 경기고와의 경기를 두시간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휴식을 하는 줄 알았던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두 명씩 운동장에 나오더니 어느새 모든 선수들이 다 운동장에 나와 개별적으로 훈련을 하였다.

내야수와 외야수로 나누어서 자기들끼리 연습하더니 나중에는 투수들도 주전포수가 아닌 야수들과 같이 피칭 연습하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야구를 하고 처음 보는 광경이라 나 스스로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단 한명도 쉬지 않고 내야 땅볼을 1루수가 굴리면 잡아서 1루로 송구하거나 아니면 더블 플레이 연습을 하는 것이다.

53년 야구를 하면서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현민 감독에게 “선수들이 이렇게 각 포지션에 들어가 연습하도록 지시했는냐?“ 물었더니 “그런 적 없고 선수들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민 감독도 이런 광경을 보고 많이 놀라고 있다. 김현민 감독한테 다시 한 번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고 한결같이 대답했다.

지난 2월 23일 라오스 제1회 DGB배 동남아야구대회 개막 전 경기장을 다듬고 있는 한국인 스탭들. 이들의 정성이 라오스 국대 선수들이  그토록 재밌게 야구를 하는 뒷받침이 되고 있다. 

라오스 야구가 10년만에 이렇게 놀랍도록 변했단 말인가? 오늘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제는 이전처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을 갖게 되었다. 김현민 감독도 너무 신기해서 계속 선수들만 지켜보고 있다.

이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내가 야구를 재미있게 했던 적이 과연 언제였던가?

운동장 전체를 사용하면서 한쪽에서는 피칭하는 선수가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라운드 볼 잡는 연습을 하고 자기들끼리 훈련을 하니 힘들어 하지도 않고 웃으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연습하다가 실수하면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본인이 어떻게 해서 실수를 했는지 스스로 깨닫고 몇 번이고 왜 실수를 했는지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나는 너무 기뻤다.

연습하다가 잘 잡거나 잘 던지면 스스로 흐뭇해하는 모습이 꼭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았다. 선수들 스스로 이렇게 재미있어 하면서 연습하는 광경은 솔직히 야구하고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팀에 ‘조’라는 선수가 있는데 내야수와 외야수들에게 펑고를 직접 쳐주면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이야기하고 있다. 내년이나 후년에 우리는 조 선수를 팀의 코치로 발탁하려고 한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운동했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찐봉(야구)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학교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라오스 국가대표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펑고 칠 때 선수들이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오늘은 특별히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 스스로 재미있게 운동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야구의 재미를 알아버린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말 감격스럽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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