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라오스야구대표팀 김한민 감독의 ‘겸손과 과묵’
라오스 야구국가대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현민 감독은 쌍방울, 롯데, LG 등에서 프로 선수생활을 한 후 군상상고와 진영고 등에서 17년간 아마추어 엘리트 지도자 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김현민 감독은 프로 생활과 엘리트 야구 지도자 생활을 하며 갖게 된 철학을 라오스에 가기 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야구 기술이라는 나무를 알려주기 전에 인생이라는 큰 숲을 알려주고 싶다.“
한번은 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생활을 했던 성준 코치가 나에게 전화해서는 김현민 감독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 감독은 성실한 선수이자 지도자였으며 과묵할 정도로 조용하고 말이 없어요. 하지만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무서운 사자처럼 돌변하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라오스 선수들이 한국에 온지 3일이 지나고 오늘이 4일째가 된다. 19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오후부터 충훈고부터 시작해 충암고 그리고 어제는 율곡고등학교 팀과 경기를 했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김현민 감독이 일단 훈련에 들어가 게임이 시작하면 과묵한 성격의 그가 어느새 목청껏 선수들을 가르치며 분주하다. 하루 일과가 다 끝이 나면 항상 목이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다.
라오스의 어린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못 한 채 자체연습만 하다보니 장단점 파악 기회가 적었는데, 김현민 감독은 이번 미니캠프를 통해서 라오스 선수들의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을 집중 파악하고 있다.
한국 체류 9박 10일 동안 7게임을 소화하며 오전에는 송도LNG스포츠타운 야구장에서 전날 미숙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훈련시킨다. 전문적인 엘리트 선수였다면 오전에 타격연습, 오후에 게임준비를 할 텐데, 지금까지 타격연습 없이 수비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타격은 어느 부분보다 어렵고, 단시간에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김 감독이 잘 알기에 수비와 주루연습에 집중해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훈련을 시켜야하는지 알고 선수들을 이끌어 간다. 김 감독의 효율적인 운영과, 또 일일이 메모해서 따로 어린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좋다.
수비연습 때 선수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하면, 김 감독은 한국 말과 라오스 말로 지도하고, 1루수인 몽리 선수가 곧바로 야수들에게 라오스 말로 정확히 통역한다. 다행히 라오스 선수들 중 한국어를 잘하는 선수가 몇명 있어, 김 감독과 선수들 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김현민 감독은 온화한 성격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큰 장점이 있다. 게다가 펑고를 얼마나 잘 치는지 같은 야구인으로서도 탄복이 나올 정도다. 지도자는 자기 선수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한 예로, 팀의 주축인 조가 포수를 잘해서 포수를 시키다가도 투수가 어렵고 곤경에 빠지면 곧바로 투수로도 올려 활용성을 검토하는 뛰어난 지도자다.
“김 감독은 자기절제가 철저하고, 경청하여 늘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권위적이지 않다.“(라오스 제인내 대표)
비록 짧은 기간 동안 3게임을 통해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한국 고교선수들과 매 경기를 통해 라오스 선수들이 급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다. 특히 어제는 율곡고등학교 문용수 감독의 배려로 라오스 야구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인 흐 투수를 따로 불러서 김이슬 투수코치로부터 30분 동안 원포인트 레슨을 받도록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흐 투수에게는 다시 없는 큰 도움과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과묵한 성격을 갖고 있는 김현민 감독이 직접 율곡고등학교 문용수 감독한테 찾아가 부탁하는 것을 보고 그의 야구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그는 이번 한국에서의 미니캠프를 통해 라오스 야구 선수들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앞으로 야구의 재미를 알고 스스로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길 원하고 있다.
김현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잘 던지고 잘 받는 것”이다. 그는 라오스 야구가 몇몇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팀웍을 갖춘 짜임새 있는 원팀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런 야구 철학을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공유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