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라오스 어린 후배들아. 너희도 머잖아 꿈의 구장에 설 거라 난 믿어, 이승엽처럼!”
4월 22일 잠실야구장. 이곳에서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화 <Field of Dreams>가 떠올랐다. 과거와 현재가 ‘야구’라는 하나의 변하지 않는 매개체로 이어지듯 한국과 라오스라는 엄청난 물리적 거리가 ‘야구’를 통해 하나로 이어진 현장이었다.
이번 라오스야구대표팀의 한국 방문은 문체부와 대한 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훈련을 위해 9박 10일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캠프에 오게 되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라오스 야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물었을 때 한국프로야구 관람이 단연 압도적인 답이었다. SNS를 통해 보았던 한국프로야구의 박진감 넘치는 현장과 다양한 먹거리를 나누고 하나의 문화가 된 야구 응원을 많은 관중과 함께 해 보는 경험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꿈의 구장을 찾아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나 또한 대학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선수로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웅장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장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또 1984년 삼성라이온즈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구단의 배려로 방문하게 된 LA 다저스 구장과 그 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6천명의 관중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젊은 시절에 이 멋진 두 야구장을 직접 눈에 담고 야구에 대해 더 큰 꿈을 꾸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잠실야구장을 방문해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을 만났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만수 감독님은 자기에게 대선배이자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다“라며 이야기한다. 프로야구 인기스타이며 지금은 프로야구 감독이 된 이승엽 감독이 라오스 선수들 앞에서 이런 칭찬을 건네니 괜히 쑥스러움이 밀려왔다.
두산 베어스팀은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시즌 2차전에 특별히 라오스야구대표팀 및 관계자 35명을 초청해 주었다. 또 특별히 투수 흐(Hue, 18)와 주장 몽리(Mong Lee, 22)를 시구와 시타자로 선정해주어 뜻깊은 행사를 가질 수 있었다. 또 경기에 앞서 오후 1시40분부터 있었던 두산 베어스팀의 훈련을 직접 참관하는 소중한 체험 기회를 얻었다.
이날 언론에 이승엽 감독의 인터뷰와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이 실렸다.
이승엽 감독은 “이만수 감독님에 대한 추억이 많다. 신인 때는 감히 눈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대선배님이셨고 어렸을 때 제 우상이셨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해 당시 KBO리그 최고 스타였던 이만수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삼성의 연고지 대구에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가운데 ‘라이온즈의 상징’이었던 이만수 감독은 ‘야구 소년’ 이승엽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커다란 존재였다.
대한민국 최고 스포츠 스타인 이승엽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솔직히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나에게 이승엽 감독은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승엽 감독은 야구 실력과 훌륭한 인품까지 겸비한 최고의 선수라고 자부한다. 그런 대스타가 언제나 겸손한 자세를 갖고 후배들이나 타의 모범이 되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는 것에 야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이승엽 감독이 자랑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이제 선수가 아닌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한 그에게 올 시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라오스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응원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