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성난 야수의 눈빛을’···홍콩에 콜드게임 패, 라오스의 과제

라오스가 30일 홍콩에 0대18, 5회 콜드게임으로 졌지만, 여유는 잃지 말자. 언제고 새로 시작할 마음가짐만 있다면… 왼쪽부터 손사랑 감독, 이준영 감독, 이만수 헐크재단 이사장, 제인내 대표, 김현민 감독. 

30일 홍콩팀과의 경기가 있어 운동장 나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홍콩팀과 경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또 정보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태국이 가장 야구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날 경기에서 홍콩팀이 지난 2월 라오스에서 열린 제1회 DGB배 동남아야구대회 우승팀 태국을 무려 15대8로 이겼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홍콩팀이 어떻게 저리 야구를 잘한단 말인가? 너무 궁금해 태국과 홍콩 경기 한 장면을 보았는데, 태국이 홍콩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동남아시아에서 필리핀이 잘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듣고 알고 있었지만 홍콩이 이렇게 잘 할 줄은 정말 몰랐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직접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들어가 선수들을 격려했는데 이번 제13회 동아시아컵야구대회 때는 내가 총 책임자로 되어 있어 덕아웃이 아닌 포수 뒤편 관중석에 올라가 경기 전체를 구경했다. 도대체 홍콩팀이 얼마나 잘 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홍콩과 경기 시작부터 모든 기량면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펑고연습 때부터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실력 차이가 많이 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날 경기에서 라오스는 5회 18대0 콜드게임 패했다. 도대체 홍콩팀이 세계야구에서 몇위를 하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했더니 54위였다. 그리고 필리핀이 세계 42위로 되어 있다. 태국이 세계 79위, 그리고 라오스가 세계 꼴찌인 83위였다. 물론 베트남 야구팀이 라오스보다 한단계 밑인 84위로 되어 있지만 말이다.

필리핀이나 홍콩은 라오스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해왔다. 거기에 비해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라오스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어제 경기를 통해 지도자나 선수 모두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을 것이다. 라오스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달 남지 않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더 많이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김현민 감독이 가르치고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

경기를 마치고 기록한 자료를 참고하여 스탭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다. 홍콩-라오스 경기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 전체를 본 김현민 감독도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엇이 부족하고 , 무엇을 더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프로 할 것 없이 게임은 게임이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할 때와, 밖에서의 마음 자세가 달라야 한다. 라오스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두가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김현민 감독이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호랑이 눈빛은 보기만 해도 자신감이 넘친다. 

스포츠는 즐기는 것이라 말하지만 각 종목의 지도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승부사로 돌변한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질 때 지더라도 경기에서 보여지는 선수들의 눈빛은 성난 야수의 눈빛이 되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몸부림치는 과정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선수들에게 또다른 배움이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는 순한 양일지언정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순간 성난 야수로  돌변하는 선수들의 눈빛을 다음 경기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야구를 가르쳤다면, 이제부터는 게임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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