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동남아 최고의 투수 라오스 ‘조’ 선수, 너를 끝까지 응원할게”

이만수 감독과 라오스 조 선수. 이 감독은 제13회 동아시아야구대회에서 최우수 투수를 뽑힌 조 선수를 보면 50년 전 중학시절 자신이 떠오른다고 했다. 자세한 사연은 이 글 끝 대목에 나온다.  

라오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지난 20일 동안 한국과 라오스, 그리고 다시 태국으로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나도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젊은 선수들도 많이 피곤하고 지쳤을 것이다. 다행히 선수들이 어려서 그런지 피곤하다는 이야기 없이 그 힘든 스케줄과 경기를 다 소화했다.

애초 지난 4월 28일 예정된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불참 통보를 오래 전에 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특별히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다 짜 놓았는데 중간에 태국으로 경기하러 간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강력하게 거절했는데 BFA측은 “이번에 라오스팀이 꼭 참석해야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고 통보해 왔다. 거기다가 라오스를 위해 한 게임을 뒤로 미루어 주었다. BFA측에서 편의를 최대한 봐주어 선수들이 많이 지치고 힘든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출전했다.

이번에 모든 대회를 끝내고 스탭들끼리 모여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번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큰 실수를 할 뻔했다. 물론 빡빡한 스케줄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정말 참석하길 잘 했다는 것이 스탭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물론 지난 2월말 라오스에서 시작해 4월 중순 한국, 그리고 라오스로 갔다가 또다시 4월 말 태국으로 빽빽하게 짜여진 스케줄은 철인이 아니면 견디기 힘든 것이다.

이런 무모할 정도의 스케줄에도 젊은 선수들과 스탭들이 지치지 않고 태국 대회를 잘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에게 큰 은혜다. 거기다가 이런 큰 대회에서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2승 2패의 전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5월 3일 모든 경기를 끝내고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스탭들, 선수들과 고기파티를 했다. 선수들과 맛나게 저녁을 먹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이준영 감독이 나에게 와서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감독님 라오스 국가대표 팀 주장 ‘조’ 선수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방어율 1위를 했습니다. 방금 BFA 사무국에서 연락 왔습니다.“ 모두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야구한지 몇년 되지도 않았고 또 팀이 5위인데, 어떻게 방어율 1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BFA 사무국에서 정식으로 통보해 왔다. “라오스 조 투수의 방어율이 ‘0’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 던진 투수다. 조 투수가 캄보디아 팀과의 경기에서 7회까지 점수를 하나도 내주지 않아서 방어율 1위를 했다.”

파티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팀 주장 조 선수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조 선수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방어율 1위를 했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라오스 야구 전파 10년, 이런 큰 대회에서 조 선수가 당당하게 방어율 1위를 했다니…솔직히 믿어지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할 뿐이다.

처음 라오스로 야구 보급하러 갈 때만 해도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동남아에서는 야구를 보급할 수 없고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던 게 어느덧 10년,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도 출전하고 또 이 대회에 조 선수가 방어율 1위를 차지했다니…누가 믿겠는가?

조 선수는 포수도 했다가 팀이 어려우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 씩씩하게 던지는 만능 야구선수다. 조 선수를 보면 꼭 옛날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중학 시절 야구 시작할 때, 맨처음 게임에 나갔던 자리가 라이트 필더였다. 라이트 필드 자리는 학년 중에서 가장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서 있는 위치였다.

야구를 잘 못해 결국 한해 유급하고 중학 3학년부터 정식 포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강한 어깨 덕분에 그 당시 감독님은 나를 자주 투수로 마운드에 세우기도 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중학교 3학년 시절 문교부장관기 전국대회에서 내가 포수와 투수를 번갈아 가면서 우승과 함께 전국대회 최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도 나와 똑 같은 상황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만수 감독과 라오스 국가대표 조 선수

지난 2일 저녁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던 중 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꿈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훌륭한 포수가 되고 싶고, 또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0년만에 이런 대단한 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조 선수 개인의 영광이자 라오스 야구의 영광이다. 앞으로 조 선수가 2일 면담에서 내게 했던 이야기처럼 훌륭한 포수가 되고, 좋은 지도자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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