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37도 무더위에 얼굴이 검게 탄들…야구가 너무 좋다”
연일 37도 이상 되는 무더운 날씨에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얼굴이 검게 타버렸다. 아무리 선크림을 바르고 그늘진 곳으로 다녀도 강열한 햇살에 금세 얼굴이 검게 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라오스 어린선수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만큼은 어떤 부귀영화와도 바꾸고 싶지 않다.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타임머신 타고 나의 어린시절로 되돌아 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웃음이 나는 것은 처음으로 청백전을 하는데 3루수로 출전하게 되었다.
야구를 한 지 몇달 되지 않았는데, 당시 왜 3루수로 출전시켰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한번은 발빠른 선배가 기습번트를 대었는데 3루 라인선상으로 볼이 굴러와 그걸 잡아 파울선 밖으로 던졌다. 사실 이때만 해도 야구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수비를 했으니 라인 안쪽으로 굴러오는 볼을 밖으로 던지면 파울이 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야구를 시작했던 내가 이제는 현장을 떠나 멀리 라오스로 들어와 어린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치 앞도 세상 일을 모르는 것이 우리들 인생살이다.
라오스 선수들도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이상한 야구를 보고 얼마나 신기해 했을지 짐작 간다. 동남아시아는 축구가 유명하다. 라오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다. 한번은 각 학교마다 포스터를 걸고 야구를 전파하기 위해 제인내 대표와 함께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난다. 라오스도 태국 못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엄청 더운 나라다.
야구 선수들을 뽑기 위해 학생들을 모아 놓고 야구에 대해 설명하면서 야구볼을 굴려 주었더니 ‘작은 축구볼’인 줄 알고 발로 차는 것이다. 다행히 발가락이 부러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했던 라오스 선수들이 어느새 국제대회에도 출전하고 또 다가오는 중국 항저우아시아대회에도 출전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얼굴이 검게 타도 라오스 국가대표 어린선수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믿기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 지르며 신나게 야구할 것만 같은 마음인데 어느새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으니 격세지감 바로 그것이다.
야구 덕분에 이렇게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고, 복받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