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미얀마에 야구보급 ‘꿈’을 주신 그분께 감사”
5월 1일 태국과의 경기가 끝나고 그날 저녁 BFA 주최국인 태국측이 만찬을 열었다. 이날 만찬식에는 이번에 출전한 7팀을 대표하는 임원과 스탭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성대하게 파티를 열었다. 나도 이날은 라오스 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 가장 열악하고 약팀인 캄보디아 팀과 라오스 팀이 참가했다. 라오스 팀과 캄보디아 팀은 모든 면에서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나라를 보이지 않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라오스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각별하게 대우 받고 많은 나라가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온 제인내 대표는 “이만수 감독님이 오시기 전만 해도 동남아시아에서 라오스를 제대로 취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제인내 대표의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이만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들 동남아시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대한민국 스탭들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하니 그들이 라오스를 무시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만찬식에서 각국 대표들이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함께 사진도 찍자고 했다. 이들 대표들과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만수 감독님이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하고 이어서 지금은 베트남에도 야구를 전파하고 있다는 것을 동남아시아 각 협회나 대표들 그리고 코칭 스탭들과 선수들이 다 알고 있다.“
나는 BFA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평생 한길로 달려왔지만 동남아에 이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또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비록 여러 상황이 열악하고 좋지 않지만 이들의 야구 사랑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 못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고 열성적이다.
이들은 야구가 너무 좋아 아무리 많은 비가 오고, 40도 불볕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53년 야구 인생 나는 야구를 위해 달려왔다. 그런 나도 이들의 야구 사랑을 볼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훈련하고 경기한다.
나는 이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다 받칠 것이다. 나의 삶에서 마지막이 될 지 모르겠으나, 3번째로 야구를 전파하려는 동남아 국가는 미얀마다. 나와 함께 미얀마 야구를 위해 달려갈 사람이 있다. 언제 시작할지 모르나 지금부터 하나씩, 천천히, 탄탄히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야구다. 내가 갖고 있는 달란트인 야구를 갖고, 나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들에게 야구를 전파하려고 한다. 내가 꿈꾸던 인도차이나반도 다섯 나라 즉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에 야구를 전파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꿈이다. 물론 다 전하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갈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까지 나는 동남아시아에 작은 주춧돌만 놓고 가도 감사해 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사명이다. 내가 다 이루지 못한 꿈을 뒤에 오는 후배들이 이루어 줄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