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땅을 다니며 마음에 그리다

여호수아 당시 가나안 정복로 <출처 민해기 편집본>


여호수아 18장

최첨단 IT기술 덕분에 우리는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한반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메리카 대륙은 어떻게 생겼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도앱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처음 가보는 곳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다닐 수 있을 정도입니다.

3000년 전 사람들에게 처음 가보는 곳이란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낯선 땅에 들어갔다가는 무슨 봉변을 어떻게 당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과연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나 했을까요?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가나안 진입과정 지도

18장 2,3절에 보면 다섯 지파가 정복 전쟁을 치르며 땅을 차지하는 동안 일곱 지파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들이 게을러서 그랬을까요?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는 것이 당시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에 들어가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전쟁에 뛰어드는 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산은 어디에 있고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으며,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이고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과 같은 정보 없이 하는 전쟁은 거의 자살행위였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가 일곱 지파에게 한 주문이 탁월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너희는 각 지파에 세 사람씩 선정하라 내가 그들을 보내리니 그들은 일어나서 그 땅에 두루 다니며 그들의 기업에 따라 그 땅을 그려 가지고 내게로 돌아올 것이라”(수 18:4) 여호수아는 일곱 지파에게 지도를 그려 오라는 주문을 한 것입니다.

처음 가보는 땅을 두루 다니며 지도를 그리려면 마을이며 골짜기며 들로 산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야 했을 것입니다. 다니면서 오만 것들을 눈여겨 보고 메모하지 않았을까요? 가본 곳을 또 가보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양피지나 파피루스 조각 위에 지도 하나를 그리기 위해서는 머릿속으로 수백 번 수천 번을 그려야 합니다. 눈을 감으면 그 땅의 디테일이 모조리 떠올라야 가능한 것이 당시의 지도 그리기였습니다.

그들이 마침내 지도를 완성했을 때는 이미 그 땅이 가슴 속에 새겨진 이후가 아닐까요? 마음 속에서는 이미 정복이 끝난 상태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지도를 그리는 동안 그 땅을 받을만한 사람으로, 그 땅을 다스릴만한 사람으로 변화되어 갔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의 현장이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얼마나 살피고 관찰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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