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시작할 때와 그만할 때

“나의 쓸모를 평가하는 분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산산조각난 유리파편도 예술가의 손에 들리면 스테인드 글라스가 됩니다. 깨어지는 것도, 붙여지는 것도 다 하나님의 기획 안에서 진행되는 일입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북쪽 장미 창. 대표적인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으로 2019년 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진 위키피디아>


신명기 34장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 34:7)

기력이 다하여 생을 마감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몸이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내쉰 숨, 다시 들이쉬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세는 아직 쓸 만한데 하나님이 불러가십니다. 모세 스스로도 더 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신 3:25).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기에 충분한 기력인데 하나님은 모세를 멈추어 세우시고는 그만하라고 하십니다. ‘여기까지’라고 말씀하십니다.

40년 전, 여든 살의 모세는 하나님께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자격도 없고, 그럴 만한 힘도 없고, 파라오를 설득할 말 주변도 없고, 자신도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지금부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사람이 여든 정도 되면 세 살 때 잘못 든 버릇이 고쳐지는 걸까요? 아무튼 모세는 나이 여든에 인생 2회차를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못하겠다는 모세를 세우시고는 더 할 수 있다고 하는 모세를 멈추어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힘이 없다고 못 할 일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할 수 있고, 불러가시면 그만해야 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입니다.

나의 쓸모를 평가하는 분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산산조각난 유리파편도 예술가의 손에 들리면 스테인드 글라스가 됩니다. 깨어지는 것도, 붙여지는 것도 다 하나님의 기획 안에서 진행되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능력이 부족하셨다면 능력 있는 사람을 세우셨을 것입니다. 일의 효율을 생각하셨다면 리더십 교체 없이 모세를 계속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니, 아브라함을 한 500년 살려 두셨다면 훨씬 쉬우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나님의 일, 하나님의 역사라는 것이 사람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하나님은 우리의 뜻 밖에서 하나님의 뜻을 펼쳐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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