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자, 가진 자가 용기 갖고 책임 다해야” 천고법치문화상 권성 전 헌재재판관 수상 소감
송종의 전 법제처장, 사재 털어 올해 6회째
고 윤성근 판사 두 아들이 대리 수상
9일 저녁 서울 포스코 본사 빌딩 4층 아트홀에서 2022년도 제6회 천고법치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는 故 윤성근 판사와 권성 전 헌재 재판관, 신영무 전 대한변협회장이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의 축사는 압권이었다. 조재연 전 법원행정처장의 건배 축사도 멋졌다.
권성 전 헌재 재판관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 몸은 불편해도 카랑카랑하게 장내를 압도했다. “가지고 배운 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의 실천이 우리 사회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 윤성근 판사의 두 아들은 하늘의 벼로 창공에 떠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수상을 위해 연단에 섰다. 그의 저서 네권, <법치주의를 향햔 불꽃> 등의 편찬에 결정적 기여를 한 사법시험 동기 강민구 판사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토로했다.
판관 윤성근이 재정신청 결정으로 그 무고함을 밝혀낸 억울한 피해자의 모친인 이나금 여사도 왔다. 아들의 무고한 죽음을 신원해준 재판장의 아들과 이날 처음으로 재회해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논산에서 천목 송종의 전 법제처장과 함께 온 바른디자인 이희찬 대표는 저서 4권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이희찬과 고인 유족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상면한 자리였다. 인석 주노식 선생도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제호를 써준 인연으로 함께 했다.
수상자 3명 가족·친지들과 지인을 비롯 150여명의 법조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 법치를 되새긴 뜻 깊은 자리였다.
법치를 다시 세우려는 ‘하늘 눈’ 천목 송종의의 집념과 각고의 노력이 밑둥이 돼 국격을 드높이고 나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기원하는 자리는 갈수록 흥이 무르익어갔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도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무너지는 법치주의의 기치를 다시 세우려는 “참으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을 개인(송종의)이 사재를 털어 6년째 법치의 선양에 애쓴 개인과 단체를 선발, 시상해왔다.
밤나무 검사, 천목의 뜻깊고 의로운 보살행이 아닐 수 없다. 천목의 고교·대학 후배인 강민구는 대선배를 상찬했다. “법치 세우기에 매진해오신 송종의 선배님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다음은 수상자 권성 전 판사의 수상 소감.
저는 평생 한 일이라고는 법원에서 재판을 하면서 판결을 한 일밖에 없습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할 뿐이다”라는 법언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마는 저는 하는 일이 법원의 판사였기 때문에 그저 판결만 하는 것으로 일상의 일을 삼아 왔습니다.
달리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거나 무슨 좋은 일을 하거나 하는 그런 기회도 없었고 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재판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법치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뿐이었습니다. 저의 그런 일과에서 그나마 법치주의에 대한 기회가 있었다고 인정을 해주시고 그것을 평가해 주신 천고법치문화재단이 평가와 격려에 대해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비록 저의 기회는 미미했습니다마는 그나마 그것은 모두 저와 함께 일하고 저를 도와주신 법원의 여러 배석판사님들, 동료 판사님들의 덕택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기회에 저를 도와주신 여러 후배 판사들, 동료 판사님들이 수고와 배려에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무한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송종의 이사장님을 비롯한 천고법치문화재단 이사님들 그리고 법률신문사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는 가족과 개인의 인격 보호라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의 확립을 목표로 삼은 천고법치문화재단의 이러한 이념 그것은 오늘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더욱더 훌륭한 방향 설정이었고 훌륭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현실은 법치주의가 많이 왜곡되어 있는 그런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인민독재를 부르짖는 그러한 체제에 대해서는 법치주의를 겉으로 많이 부르짖고 있습니다마는, 그것은 결국 법치주의의 도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기를 맞이하여 선량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해결의 노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알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지키고 있는 평범한 상식, 그 상식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상식의 회복을 굳게 결의하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상식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최고의 상식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보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것, 전통적 가치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 가족과 내 인격의 존엄, 이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전통적 가치 수호라고 하는 것은 결국 위기를 당했을 때 선두에 서서 제 일선에서도 그러한 위기에 대처하는 것, 그것이 전통적 가치 수호하고 수호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기를 맞이해서 선두에 서서 막는 것, 예를 들면 양차 세계대전 당시에 영국 귀족의 자제들은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선에 나와서 싸웠습니다. 옥스포드와 캠브릿지의 많은 우수한 졸업생과 대학생들이 전선에 가서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졌습니다. 배운 사람과 가진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앞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배운 자와 가진 자들이 호사스러운 생활과 태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맞이했을 때 먼저 앞에 나서는 것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배운 사람과 가진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수상을 하면서 제가 다시 한 번 깨닫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