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강민구 판사의 ‘어머니’ 2제

강민구 판사 모친 고 김용분 여사(오른쪽)

`5월 8일 ‘어버이날’.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는 평소 페이스북에 쓰는 ‘송백일기’를 통해 기억 속 어머니를 이렇게 소환했다. 그의 이날 자 페이스 ‘송백일기’를 <아시아엔> 독자들과 공유한다. 첫번째 ‘어머니’란 제목의 글은 2014년 2월 4일 심야에, 둘째는 2015년 5월 2일 쓴 글이다.<편집자> 

어머니

어머니! ‘칸트리 보이’로 태어난 당신의 아들이 이제 당신 곁 가까이 내려 갑니다. 37세 홀로 되시어 2녀4남을 어엿하게 사람 구실하게 키워 주신 우리 어머니.

32년 전 서울대 캠퍼스 우체국에서 사법시험 2차 합격했다고 울면서 전화하던 당신의 둘째 아들이 이제 법원장이 되어 인연법 따라 곁으로 갑니다.

26년간 지뢰가 수북한 재판 전쟁터에서 소총 하나 든 소대장처럼 “칸트리 보이”의 감성을 숨기지 않고 재판하다가 중간 방점 찍고 3만명의 그 사이 당사자, 대리인 눈동자 추억을 뒤로 하면서 노병처럼 전쟁터에서 사라져 갑니다.

어머니!
정말 장한 우리 어머니! 말씀도 못하시고 듣기만 하시는 당신 곁에 자주 갈 수 있게 된 인연법에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생로병사 인연법”에 승복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떼를 씁니다. 조금만 더 곁에 계셔 달라고!

어머니! 여자이기에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일자무식이었건만 손자들에게 한글을 깨쳤던 어머니! 농사일에 평생 고생하시어 “ㄱ”자처럼 허리가 굽어신 어머니…그러나 제게는 최고의 어머니입니다. 당신의 강인한 DNA 그대로 물려 받은 아들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적선지가” 공덕과 당신의 “강인한 의지력”의 조화로움에 오늘의 제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자식, 손자 걱정 그만 내려 놓으시고, 하루라도 편하게 지내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

2014. 2. 4. 심야에 둘째아들이 올림

강민구 판사 어머니 고 김용분 여사


저 하늘의 별이 된 보고 싶은 어머니
 

서너달 전부터 영원한 이별을 마음 속으로 준비를 했지만, 날이 갈수록 추억의 편린이 의식 수면위로 떠 오릅니다.

6살 무렵 아버지 떠나보낼 때 화려한 꽃상여와 앞소리 아저씨 소리만 기억나고 아버지 얼굴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철없이 봉분 중심대로 박아둔 대나무를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달구밟기를 하면서도 그 의미도 몰랐던 그 때, 어머니는 6남매 보면서 굳은 결심하셨나 봅니다.

겨울철에는 편도 4km가 넘는 이웃 동네 ‘대망망정’ 마을까지 가서 땔감용 나무를 매일 한 망태씩 짊어져야 했던 당신의 고단함은 한동네 동갑내기 아버지에게 시집 온 그 때부터 예정되었나 봅니다.

어릴 때 언제인가
선산읍내 새벽장에
어머니를 따라
수박을 팔러 갔습니다.

아주머니 한분이
수박을 사지는 않고
별의별 타박소리를 하면서
시간만 끕니다.

열 받은 제가
수박 한 덩이를
장터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붉은 속살을 가리키면서

“이래도
수박이 안 익었습니까!”
라고 절규하니,

그 아지매가
혼비백산 떠나가던
장면이 스칩니다.

아무 말씀이나
꾸지람을 하지 않으시고
깨진 수박을 치우던
어머니!

총각시절에 서울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설라치면 양손에 바리바리 음식을 싸주시던 어머니!

못난 아들은 남자가 그런 것 들고 다니면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되도록 적게 가지고 갈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장가 가서 자식 놓고 나서 보니 어느 날 그것이 어머니의 자식 사랑임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철이 들어 싸주시는 것은 두말 않고 싣고 다녔습니다.

대문을 나서는 당신의 아들 부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집으로 되돌아 가지 않고 서계시던 어머니!

고향을 홀로 지키면서 큰 집에서 50년 넘게 절대고독 속에서 삶을 이어 오신 어머니!

도회지 자식들 아파트 오실라치면 2~3일을 못 지내고 고향집으로 내려 가겠다던 어머니!

이제는 영원히 추억 속에만 머무르는 어머니!

저 하늘 별들의 후손이 인간이라지만, 왜 이리도 야속한 시절 인연지 불효자는 이제야 정신차리고 눈물의 강물에 흘려 보냅니다.

초신성이 폭발하여 탄소, 철과 인 같은 원소를 만들고, 그것이 ‘자기 조직화’되어 엔트로피 법칙을 잠시 어기는듯이 찰나같은 시간 깊이 속에서 인간이 생깁니다.

죽고 나면 태초의 우주 본향 바다 속으로 회향하는 이치이건만, 그 누구도 우주 순환 싸이클을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 인연법’이건만, 가슴은 눈물로 넘쳐 납니다.

텅빈 넓은 관사에서 멍하니 금정산 자락 바라보면서 저 하늘의 별이 되신 어머니 생각에 휴일 아침 불효자 흐느낍니다.

2015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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