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말라카에서 움튼 싹, 아시아기자협회로 우뚝 솟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화상 회의에 참석 중인 아시아기자협회(아자) 회원들. 아자는 2002년 5월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서 처음 태동됐다. 윗줄 가운데가 이 글의 필자

[아시아엔=노릴라 다우드 말레이시아월드뉴스 편집장, 아시아기자협회 부회장] 아시아기자협회(AJA, 아자)는 2004년 11월 19일 공식 출범했다. 2002년 5월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서 열린 ‘트윈 시티 페스티벌’에 참석한 기자들의 만남이 아자의 단초였다.

아자가 탄생하기까지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던 베테랑 기자 4명의 역할이 매우 컸다. 2002년 말라카에서 만난 4명은 이상기 당시 한국기자협회(JAK) 회장, 강석재 한국기자협회 국제분과위원장, 아이반 림 전 싱가포르기자협회 회장, 그리고 말레이시아기자협회 회장 겸 아세안기자연합(CAJ, Confederation of ASEAN Journalists) 회장이던 필자 노릴라 다우드다.

이상기 회장은 초면이었지만 한국의 강석재 위원장과 아세안기자연합(CAJ) 회장 출신인 아이반 림은 CAJ 총회 등에서 만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특히 아이반 림은 내 직전 CAJ 회장을 맡았기에 친분이 있었다.

아자 창립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 4명은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서울에서 미팅을 가졌었다. 그리고 2004년 5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기자연맹(IFJ,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총회에서 이상기 회장, 강석재 위원장, 필자까지 3명이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해 냈다. 지금 아자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에디 스푸랍토 인도네시아기자협회(AJI, Alliance of Journalists Indonesia) 회장도 그 자리에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다시 2002년 말라카로 되돌아 가보자. 우리 4명은 말라카 주정부가 과거 말레이시아를 지배했던 국가들과 아세안 국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말라카는 1511년부터 1641년 네덜란드의 식민통치 받았고, 그 이전엔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었다. 그 행사에는 수도 쿠알라룸프르에서 약 145km를 달려온 모드와 알리 러스텀 말레이 문화부장관도 참석했다.

우리 4명은 식사나 티타임 등 시간이 날때마다 아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단체명조차 정해지지 않았었지만 아시아 각국 기자들은 “아시아 저널리즘을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슬람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탓에 술을 팔지 않아 맥주조차 마실 수 없었지만 대신 가라오케에서 코카콜라로 건배하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이반 림은 비틀즈의 ‘LET IT BE’를 불렀는데, 그는 이후 한국 등에서 만날 때마다 이 곡을 즐겨부르곤 했다. 우리 일행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합창했던 기억도 난다. 가라오케에서 나와서는 이상기 회장 방에서 과일과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자리를 이어갔다. ‘저널리즘 말 잇기’라는 게임도 했는데 알파벳 순으로 A부터 Z까지 ‘OOO 저널리즘’으로 풀어가는 것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단어들이 몇가지 있다. ‘Asia 저널리즘’ ‘bribe 저널리즘’(뇌물 주면 기사가 잘 나온다는 뜻) ‘zebra 저널리즘’(얼룩말처럼 기사는 누가 썼는지 취재원을 잘 숨겨야 한다는 뜻) 등이다. 아이반 림 CAJ 전 회장, 강석재 JAK 위원장, 그리고 말레이시아 기자협회장이던 필자는 이상기 JAK 회장이 아자를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나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우리는 이메일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했다. 당시에는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등이 없었기에 때때로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했던 기억도 난다.

아자 출범 논의는 200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기자포럼까지 이어졌다. 그해 포럼에는 중국, 일본, 홍콩,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타이완, 싱가포르, 베트남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 당시 아시아기자협회 창립멤버들은 조직도와 회칙 등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말라카에서의 만남 이후 2년 6개월이 지난 2004년 11월 19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제2회 동아시아기자포럼 총회에서 아자가 마침내 공식 출범했다.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의 경험과 지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장이 탄생한 것이다. 아자 출범과 함께 아이반 림과 나는 이상기 아자 창립 회장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수차례 만나며 발전 방안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2022년 11월이면 아자 창립 18년을 맞는다. 지난 18년 사이 아이반 림과 나는 현직에서 은퇴해 IFJ나 CAJ 주최 회의에는 공식적으로 참석하진 않는다. 대신 아자가 후원하는 한국기자협회(JAK) 주최 세계기자포럼에는 매년 참석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는 온라인을 통해 저널리즘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아자는 자격을 갖추거나 추천을 받은 아시아 각국의 기자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아자 회원들은 아시아 공동체의 미래와 아시아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을 늘 명심하고 있다. 2002년 말라카에서의 만남이 아시아기자협회라는 구체적인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은 언제 생각해도 흐뭇하기만 하다.<번역 김상윤 아시아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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