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정치이야기④] “의장단 선출 이은 신속한 원 구성을”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이 7월 4일 선출됐습니다. 최고령 의원인 5선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4선의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전반기 국회의장단이 선출된 것이 개원 7일 만인 6월 5일이었으므로 후반기 원 구성은 한 달 정도 늦어진 셈입니다.
제1당 몫인 김영주 부의장은 전임자 김상희 의원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입니다. 제2당 몫으로 선출된 정진석 부의장은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으로 전반기에도 부의장이었습니다. 정 부의장이 지난 해 8월 31일 개원 1년 2개월 지난 뒤에야 선출됐습니다.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뒤늦게나마 여야가 국회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은 다행입니다.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집권여당과 원내 제1당으로서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야당의 지루한 힘겨루기를 멈추게 한 건 ‘민생 위기를 외면한다’는 시민의 따가운 시선이었습니다.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던 여야는 ‘상임위원장 합의선출’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국회의장단 구성은 마쳤지만 상임위원장 선출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원 구성 지연의 빌미가 되었던 법사위원장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후속 문제를 다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문제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놓은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의 결과를 보고 사개특위 구성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참여 자체를 반대해 왔는데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의 여야 합의안을 지키자는 주장입니다.
합의안 내용은 사개특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맡고 민주당 7 국민의힘 5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하는 겁니다. 사개특위에서 모든 안건을 여야 합의로 할 테니 애초의 합의대로 하자는 것만으로는 여당을 끌어들이기 힘들 겁니다. 어찌 보면 급한 건 민주당입니다. 대여투쟁을 위해서는 빠르게 상임위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김진표 의장의 제안도 여당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인사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특위를 만들자는 거지만 원래 국무위원 후보자의 인사청문은 소관 상임위의 몫입니다. 인사청문특위는 국회 인준이 필요한 직에만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인사청문특위를 통한 인사 검증을 촉구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상임위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이를 미뤄놓고 인사청문특위를 하자는 건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오는 8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또 임명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들이 제기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 여야 협상의 걸림돌이 되리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음주운전과 ‘조교 갑질’ 논란에도 임명한 대통령의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원 구성을 제때 하지 않아 인사청문회를 하지 못해 임명강행의 빌미를 국회가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말고도 국회가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집권여댱으로서의 책임도 있고, 제1당으로서의 책무도 있습니다. 정당이 당리당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기는 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