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정치이야기①] “오늘의 문제 해결하고 내일의 희망을 주는 게 정치”
정치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희망을 주는 것’이라면 정치가 해결해야 할, 우리 앞에 놓인 오늘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나라의 존립에 관한 문제입니다. 둘째는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내정(또는 내치)에 관한 문제입니다. 셋째는 권력의 획득, 유지, 확대를 둘러싼 문제입니다.
나라의 존립에 관한 첫 번째 문제는 국가 안보와 외교의 영역에 해당됩니다. 인류는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여러 경로를 거쳐 여러 형태의 나라로 나뉘어 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나라들은 국제사회에서 서로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모습으로 교섭을 맺으면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국가의 안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의 교섭에서 자기 나라의 존립을 주장하고 그 이권과 국가 이익을 옹호하고자 하는 활동을 외교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의 부당한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는 활동을 안보의 영역입니다. 안보와 외교는 필수적으로 국력과 군비 등의 뒷받침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나라가 국력을 키우는 것을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안보와 외교를 통해서 독립과 안전을 보장하는 노력과 더불어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합니다.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는 일,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일, 정의를 구현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 따위가 바로 두 번째 정치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은 정권의 존립 유지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이른바 정치권이라 부르는 영역 안에서 일어납니다.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의 대부분은 권력을 둘러싼 정파들간의 싸움만을 정치로 보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어떤 집단이나 조직도 마찬가지겠지만 각 집단, 조직의 최상층부에 있는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인물이 실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오랫동안 보유하기 위해서 자기의 동료나 하급자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기의 지배 내지 지도하에 두려고 합니다. 즉 리더십 문제가 정치에 해당되는 겁니다.
정치를 이렇게 셋으로 나눠보는 건 편의상 분류일 뿐 실제로는 따로따로 떨어져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이것들은 서로 긴밀하게 상호 관련을 맺으면서 하나의 구체적인 정치를 구성합니다. 또 넓게 보면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정치현상이 존재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이 다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세 번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치의 모든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민은 정부 정책이나 정당의 강령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주로 정치권 내부의 역관계, 다시 말하면 누가 진정한 실력자(실세)인가, 어느 파벌(계파)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파벌간의 갈등 협력 관계는 어떤지 등에 흥미를 보입니다.
이렇게 정치를 좁은 의미로 보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 정당은 다른 나라들처럼 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결성되고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물중심으로 정당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같은 당의 이재명 후보가 아닌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정치를 무엇인가 사악한 것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은 정치를 좁은 의미로 인식합니다. 정치를 권력을 잡으려는 권모술수로 인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기껏해야 교묘한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려는 태도가 문제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면 정치를 이해관계를 둘러싼 투쟁과 대립으로만 보게 되고, 정치 불신도 커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