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64] 리더 희생플라이가 값진 까닭

우리가 역사나 사례 심지어는 영화 등에서 접하는 바람직한 리더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팔로워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다는 것이다. 성인(聖人), 군자(君子)나 죽음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범인(凡人)으로서 일상에서의 희생만으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일상에서 리더가 비교적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적(物的) 희생과 심적(心的) 희생이다. 물적 희생의 일례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규정 등과 같은 제도 내에서 예산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적지 않은 팔로워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신의 사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쓰겠지만 무언가 탐탁치 않으며 이에 대한 조치나 보상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 지점이 리더의 물적 희생이 필요한 지점이다. 모른 척하는 것을 포함해서 ‘예전에도 그랬다.’, ‘그게 뭐 얼마나 된다고.’, ‘그 정도는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등과 같은 리더의 생각이나 말은 팔로워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리더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키고 업무 의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만일 해당 업무를 하는데 있어 지원가능한 예산 항목이 없다거나 사용이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에 대해 리더와 팔로워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가 자신의 지갑을 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적어도 리더의 마음은 전달되지 않을까?

물론 리더가 해야 할 일이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거나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보완하고 제거하는 것이 우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리더는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 필요가 있다.

한편 심적 희생의 대표적인 예는 시간적인 부분이다. 이는 물적 희생에 비해 훨씬 더 어렵지만 효과는 배가된다. 이런 점에서 리더는 자신의 시간을 팔로워에게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팔로워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나 그들의 업무를 지원하는데 쓰여지는 시간 등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우선 순위에 배치해야 한다. 이는 리더로서 미션, 비전, 가치 등을 팔로워들과 공유하고 공감대와 팀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이기도 하다.

해야 할 일이 많거나 바빠서 팔로워들을 위해 할당되어 있는 시간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말은 리더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리더의 이와 같은 말은 팔로워들이 자신의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리더와 직접적으로 짝을 이루는 팔로워들이 자신의 우선 순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도대체 그 리더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실제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팔로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업무를 지원하는 것과 관련된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 먼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팔로워를 찾는 리더나 자신의 일을 위해 팔로워를 찾는 리더를 온전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팔로워들은 많지 않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리더의 시간만큼 팔로워의 시간도 중요하다. 그런데 리더의 시간은 자신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팔로워를 위한 시간이다. 그리고 리더가 이러한 시간을 확보해야만 팔로워들에 대한 개별적인 관심이나 배려, 지원 등을 할 수 있고 효과적인 코칭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단편적이다. 리더의 희생은 팔로워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자신의 특권이나 복지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상황과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의 희생은 팔로워들이 기대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행동이기도 하다. 사회교환이론을 비롯한 많은 연구에서도 리더의 희생이 팔로워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더로서 자신은 팔로워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봐야 하지 않을까?

<더 팬>(The Fan)이라는 영화를 보면 희생플라이(Sacrifice fly)가 야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플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팀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인데 비록 타자인 자신은 아웃되지만 같은 팀의 주자는 득점하도록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리더 역시 물심양면으로 팔로워와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망설임없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리더와 함께 있는 팔로워들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녀를 위한 부모님의 희생이나 부하를 위한 지휘관의 희생 등이 가져온 결과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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