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63] “안 터져요?”…커뮤니케이션 힘든 당신에게

“안터져요” 부탄가스 광고

 

‘안터져요’ 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심지어 이 광고에서는 안터지게 하기 위해 수 년동안 연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탄가스 광고다. 그런데 만일 같은 카피를 통신사에서 사용한다면 어떨까? 안터지는 OO통신. 물론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어색하고 적절하지 않게 느껴진다.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내용은 광고 카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맥락을 봐야 한다. 동일한 내용일지라도 맥락에 따라 달리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 적절하고 좋은 것일지라도 맥락을 벗어나게 되면 달리 해석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이나 편집의 중요성은 일찍이 영화산업에서 쿨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로 제시된 바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배우의 똑같은 얼굴표정일지라도 그 표정이 다양한 장면과 연결되었을 때 관객의 해석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보다 익숙한 용어로 표현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간혹 웃으며 접할 수 있는 ‘악마의 편집’이다.

일상에서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역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맥락을 경시한 커뮤니케이션은 각종 오해와 불필요한 추측을 자아낸다.

일례를 들면 전후 사정을 알려주지 않고 말하는 경우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 혹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부분만 언급하는 경우다.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시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한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상대방이 한 말 중에서 듣고 싶은 부분만 듣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스스로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사실과 메시지를 왜곡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왜곡된 커뮤니케이션이 잦아지면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동일하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와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심지어 이미 알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표현을 삼가하는 것을 비롯해서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이 언급한 바 있는 고맥락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가급적 지양할 필요가 있다. ‘알아들었겠지’라는 생각은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용해서 말하는 것보다는 직접 말하는 편이 좋다. 이는 비록 직접 인용일지라도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내용이 있고 당시의 분위기 등 비언어적인 부분까지 전달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법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전달하는 내용 또는 대상에 따라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두루뭉실하게 말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전달하게 되면 오히려 만만치않은 후폭풍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개인 차원이든 조직 차원이든 커뮤니케이션이 불현듯 갑자기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에는 맥락이 있다.

아울러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러한 맥락을 놓치거나 의도적으로 빼버리게 된다면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에는 맥락을 고려한 메시지 전달과 수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맥락을 건너뛴 커뮤니케이션이 꽤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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