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59] “진짜 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진짜 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영화 ‘인턴’에서 성공한 30대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 분)가 70세 인턴인 벤(로버트 드 니로 분)에게 했던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직급은 낮지만 업무적인 측면은 물론, 개인적인 측면에서 경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시니어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리더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들은 이미 조직 내에서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조직 내 리더들은 젊어지고 있으며 팔로워들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년 전과는 달리, 후배가 승진했다고 해서 선배들이 조직을 나가거나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지 않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과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 연공서열이나 수직적인 상하 관계에 익숙한 시니어들 중 일부는 자신보다 젊은 리더와 함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간혹 조직 구성원으로서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젊은 리더의 말을 무시한다거나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고집을 꺾지 않는 것 등이다. 조직에서 방관하거나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예는 아닐지라도 젊은 리더를 건성으로 대하거나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역할만 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조직에서 이러한 징조가 보이거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들의 틈바구니에 낀 또 다른 구성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이렇게 되면 조직은 그야말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들과 문제점들이 나타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 사회와 조직에서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등정주의(登頂主義)적 인식, 즉 모두가 하나의 정상만을 바라보면서 누가 더 빨리 산에 오르는가로 성공과 성과를 인식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 속에 갇혀 있는 시니어들은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과 직책이 뒤바뀌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상실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조직 내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리더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앞에서 이끌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접근이다. 이는 조직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시니어 혹은 리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자리에서 물러난 시니어들이 이제는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자신이 밀어주고 지원해주어야 하는 리더들은 이른바 주니어 리더들이다.
이와 함께 성공이나 성과의 지표도 달리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팔로워로서 리더를 얼마나 많이 성장시켰느냐 등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조직 내 시니어들이 지니고 있는 연륜과 함께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지식 등에 기반해서 팔로워십을 발휘한다면 영화 속 ‘인턴’과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팔로워에 대한 인식과 팔로워십을 발휘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들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팔로워는 여전히 조직 내에서 낮은 직급에 있는 이들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놓여 있다. 또한 팔로워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이고 또 다른 형태다. 팔로워로서의 역할 수행을 하지 못한다면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팔로워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니어들은 무엇보다 팔로워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팔로워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고 나면 실제로 팔로워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습득해야 한다. 대개는 이미 지니고 있는 역량들이지만 몇 가지는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조직에서 팔로워십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 대상은 더 넓어진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유능한 리더를 찾고 육성하는 것 이상으로 모범적인 팔로워를 찾고 육성해야 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 시니어들이 팔로워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문화를 조성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조직 내 시니어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리더들에게 스스로 팔로워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들이 팔로워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진짜 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이 말은 시니어 팔로워들이 젊은 리더들로부터 들어야 할 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