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57] 피아노에서 배우는 리더십···”모든 건반은 각기 다른 음을 낸다”

피아노 건반, 필자가 2021년 6월 9일 촬영했다

피아노는 음악에서 기본적이며 전통적인 악기다. 피아노 건반은 모두 88개인데 흰색 건반 52개와 검은색 건반 36개로 구성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 각각의 건반은 모양이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은 음(音)은 없다.

그래서 사실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곡은 피아노를 통해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악기가 그렇듯이 피아노 역시 언제 어떤 재료로 누가 만들었는지 등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관심 깊게 봐야 할 것은 바로 연주자다. 같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동일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곡의 해석도 다르고 느낌이나 감동도 다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실은 비단 피아노에만 국한될까?

그렇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피아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특징들이 조직과 리더에게도 투영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실제로 리더십과 관련된 여러 도서에서는 리더를 연주자나 지휘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먼저 피아노 건반을 들여다보자. 비슷한 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같은 음을 내는 건반은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구성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위 말해 비슷한 스펙을 지니고 있거나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특징과 강점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하나의 건반만으로는 곡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연주되지도 않는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한 곡일지라도 하나의 건반만으로는 연주가 안된다. 무엇인가를 연주하려면 여러 개의 건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건반이 내는 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른바 건반들 간 팀워크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조직에서도 다를 바 없다.

아울러 자주 누르는 건반이 있는 반면, 아주 가끔씩만 누르게 되는 건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끔씩 누르는 건반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안 된다. 그 건반에서 나오는 음으로 인해 곡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 그 음이 없으면 곡이 밋밋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유해보면 리더가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는 보다 더 명확하다.

일단 리더라면 우선 구성원들이 어떤 특징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마치 각각의 건반이 어떤 음을 내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성원을 대상으로 각종 진단을 하고 면담을 하는 이유는 이를 보다 확실하게 알고자 함이지 정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리더라면 각 구성원의 특징과 강점에 기반하여 적재적소에 배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앞서 제시한 내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리더는 모든 구성원이 제대로 자신의 음, 즉 고유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소외된 구성원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 몇몇 구성원들에게 쏠림 현상이 발생하여 궁극적으로는 팀워크도 흐트러지게 되며 기대했던 연주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리더라면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과의 협업 등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이 서로의 특징과 강점을 살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순간 화음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특정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고 갑자기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리더가 주변에 아름다운 곡을 선사하고 싶다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각 건반이 어떤 음을 내는지도 모르고 누를 수도 없다면 제 아무리 좋은 피아노일지라도 장식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더 스스로가 부단히 연습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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