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56] 우리 팀도 ‘노 룩 패스'(no look pass) 할 수 있을까?

‘노 룩 패스'(no look pass)

농구나 축구 경기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패스가 있다. 상대편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공격수가 실제로 공을 보내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면서 하는 패스다. 이른바 ‘노 룩 패스(no look pass)’다.

이러한 패스는 상대편의 허를 찌르기도 하고 득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같은 팀 선수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패스를 주고받는 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이러한 패스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에 나서기 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연습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전에 한두 번 연습해보거나 어쩌다 한 번 성공한 것만으로도 어림없다. 연습하는 상황에 비해 실제 상황은 가변적이고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패스가 성공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먼저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해당 팀을 응원하는 이들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들의 목표는 그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 중 누구 하나라도 목표가 다르다면 이와 같은 패스는 하기도 어렵고 보는 것도 흔치 않다.

다음으로는 선수들간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CF 배경음악의 가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다. 서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잠시 잠깐 모였다 흩어지는 정도만으로는 서로에 대해 알기가 어렵다.

물론 시간만 함께 보낸다고 해서도 될 일도 아니다. 함께 있는 시간동안 서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소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기까지는 충분히 많은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가 같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지면 일단 ‘노 룩 패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은 갖춰진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개인의 역량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패스를 시도해 본 들 소용이 없다. 줄 수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 룩 패스’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직접적이나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척’ 하면 ‘착’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물론 이 역시 공통의 관심사와 함께 서로에 대한 관심 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조직 내 팀에서도 ‘노 룩 패스’가 가능할까?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선제적으로 갖춰져야 할 조건들에 대한 충족이 우선이다.

팀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나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혹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등과 같은 표현들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의지를 따지기에 앞서 팀의 공동 목표가 있느냐 그리고 그 목표를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구성원들 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들이 양적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고 질적으로도 채워져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질적으로 채워진 시간, 즉 서로에 대해 진심 어린 관심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함께 보내고 있다면 머지않아 팀에서도 ‘노 룩 패스’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비록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배를 탔을지라도 가고자 하는 목적과 기대가 서로 다르고 소통이 없으면 팀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노 룩 패스’는 팀이어야 할 수 있는 패스다. 조직에서도 이 정도 패스가 이루어지는 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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