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67] 영화 속 매버릭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가?
조직에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는 약방에 감초처럼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명시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리더를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리더의 혁신행동이 발현되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기존의 질서를 타파하거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경쟁의 방식을 새롭게 창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블루오션(blue ocean), 게임체인저(game changer), 폐기 학습(unlearning) 등과 같은 용어와 개념들이 리더의 혁신행동과 연결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에게 노출된 혁신적인 리더들은 이와 같은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리더의 혁신행동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선행되거나 사전에 조성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수평적 조직문화나 긍정적인 조직분위기 그리고 팔로워들의 수용성 등이다. 혁신과 관련해서 조직이 추구하고 있는 미션과 비전, 가치도 빠질 수 없다.
이와 함께 리더의 혁신행동을 기대한다면 이들에게는 창의성과 자발성 그리고 실행력 등과 같은 역량도 필요하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창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기보다는 후천적으로 개발된다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은 개인이 지닌 지식의 양에 기반하며 습득된 지식들을 얼마나 다양하게 연결하고 융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리더가 혁신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치열한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자발성은 몰입의 정도와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나 이슈 혹은 주제가 있다면 적어도 리더의 자발성은 배가된다. 아울러 리더의 자발성은 새로운 시도를 촉진시키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 준다. 이로 인해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실행력은 리더의 혁신행동을 구현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는 일종의 문제해결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때 ‘과정이야 어째든’ 등과 같은 밀어부치기식의 실행력은 바람직하지 않다. 리더의 실행력은 해당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퇴보하거나 파행으로 치다를 수도 있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탑건:매버릭>에서 주인공은 리더의 혁신행동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리더가 보여준 혁신행동의 결과에 대해 조직과 팔로워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주하는 현상과 인식은 조금 다르다. 리더의 혁신행동을 기대하지만 내 앞에 영화 속 매버릭이 등장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겉으로는 혁신행동의 결과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면서 내심으로는 이를 위한 행동이 그동안의 익숙했던 방식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접근으로는 리더의 혁신행동을 비롯해서 조직과 팔로워들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리더의 혁신행동과 그로 인해 혁신적인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접근방식 역시 혁신적이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조직과 리더 그리고 팔로워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동참과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