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68] 새해 ‘리버스’, ‘역발상’과 친해졌으면
야구나 축구 혹은 농구 등과 같은 구기 종목에서 간간히 상대 선수가 역동작(reverse action)에 걸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움직이려는 방향 또는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방향과 반대로 공이 날아와서 상대방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역동작을 야기하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기도 하고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역동작이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거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많이 알려진 익숙한 용어 중 하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다. 업무적 측면에서 멘토링은 조직 내 시니어(senior)가 주니어(junior)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도와주는 모습인데 리버스 멘토링은 이에 대한 반대의 개념으로 주니어가 시니어를 멘토링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GE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했다. 이후 세대 및 신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문화의 차이 등에서 오는 간격을 좁히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수년 전부터 리버스 마케팅(reverse marketing)이 접목되고 있다. 이 역시 행위 주체를 거꾸로 생각하는 것인데 과거에는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에게 접근했다면 이제는 역으로 잠재적 소비자가 판매자나 브랜드를 찾게 만드는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MZ세대로 일컬어지는 소비자들의 특성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 등과 맞물려 리버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
채용 역시 리버스에 노출되어 있다. 이른바 리버스 어플라이(reverse apply, 역지원) 현상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역지원은 회사가 지원자를 면접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를 면접하는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플루언서 등 소수의 개인에 의해 시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역량이나 퍼스널 브랜드 등에 따라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으로 알려진 거꾸로 학습은 리버스 티칭(reverse teaching)에 해당된다. 이는 교육의 주체가 교사에서 학생으로 바뀐 것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교실과 같은 물리적 환경에서 이루어져왔던 수업이 온라인과 혼합되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도된 시점과 배경은 비교적 오래 전이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범위도 넓어졌다.
이와 같은 리버스는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시선이나 경험으로 보면 어색하기도 하다.
그러나 리버스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접목되거나 적용하는데 적합하다. 일례로 관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구성원의 입장에서 접근해보라고 하는 것 등도 이에 해당된다.
리버스로 생각하면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실행하는 과정이 달라진다. 업무나 관계 모두 접근과 실행이 달라지면 결과 역시 달라진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무엇인가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의 관행과 익숙함에서 벗어나 거꾸로 보는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상상을 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만약에’ 혹은 ‘만일’ 등과 같은 조건을 붙여서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변화는 대부분 이렇게, 역발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