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6]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해야할 일
6.1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고, 내일부터 이틀 동안은 사전투표가 실시됩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미 투표를 할 것인지 아닌지, 누구를 찍을 것인지 마음을 굳혔을 겁니다. 이 마음은 초원복국집사건(1992년 제14대 대선)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겁니다.
6.1지방선거는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유리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구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실시된 모든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새 정부 출범 얼마 안 돼 치른 선거에서는 모두 여당이 이겼습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이 넘었고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에도 여당이 이겼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허니문 선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과 대선 사이의 모든 선거는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그러나 취임 한 달도 안 되는, 대선일부터 따져도 채 석 달이 안 되는 새 정부 새 대통령에 대해 무엇을 갖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의 모든 지방선거 결과가 잘 보여주듯이 시민은 새 정부 여당이 기대보다 못한다고 질책하기보다는 잘해 달라고 부탁하는 지지와 격려의 투표 행태를 보이게 될 겁니다. 용산 집무실 문제나 인사 문제에 대한 실망이 단기적으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선거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는 시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3.9대선에서 승부가 간발의 차이로 갈렸기 때문에 승부에 아쉬움을 갖는 지지자들이 6.1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선으로 보아 결집할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대 섞인 관측’으로 보입니다. 선거 때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일단 대통령이 되면 잘해주기를 기대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태도입니다.
독일 정치학자 얀 베르네 뮐러는 『민주주의 공부(Democracy Rules)』라는 책에서 선거에서의 패자는 “정치적으로 자아분열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승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미국 언론인 월터 리프먼도 패자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기꺼이 참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선 지지자들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이후 쇄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위안하기보다 ‘잘 싸우고도 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송영길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가 구성되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칩거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은 갈짓자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 잡겠다는 쇄신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쇄신은 민주당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기간 중 정치쇄신을 여러 차례 다짐했습니다. ‘586 용퇴론’이 거론됐고, 송영길 대표는 자신부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총선은 아니지만 서울시장 후보로 정치 최전선에 복귀했고, 용퇴한 586은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 등 몇 명 되지 않습니다.
‘586 용퇴론’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일단 내부에서 흘러나온 용퇴론에 호응이 적은 건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올 겁니다. ‘지방선거에 2030후보 30% 공천’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라거나 2030후보를 찾기 어려웠다는 ‘현실론’으로 피해갈 일이 아닙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민주당에게는 쇄신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