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4] 선거결과보다 중요한 건 투표참여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선거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선거는 시민이 자신을 대리해 권력을 행사할 대표를 뽑는 행위입니다. 공직자를 선출하는 건 시민합의로 공직자를 임명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이처럼 선거는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를 두는 주권자의 합리적 의사표현수단으로 정치적 자유를 실천하는 중요한 기제입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선거의 합리성에 대한 이의 제기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가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라이커(Riker)는 선거가 시민의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슘페터(Schumpeter)는 시민의사의 왜곡을 우려했고, 피쪼르노(Pizzorno)는 시민의 의사결정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이성의 제도가 아니라 감성의 제도라서 가장 좋은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경고인 셈입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므로 모든 시민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 같지만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연 혈연 학연 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투표입니다.

선거는 민심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정책결정과 집행이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토대로 하는 건 기본입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건 부동산 교육 문제 등의 실패로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은 민심을 반영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대패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민심에 힘입어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이긴 이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2020년 제21회 국회의원 총선에서 잇달아 크게 이겼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인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넘겨주었습니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방향을 조정하고, 혁신과 쇄신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였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의 변화 노력 부족으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과 2021년 보궐선거 이후의 쇄신 노력 부족으로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닮은꼴입니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1년 반이란 기간, 2021년 보궐선거 이후 1년이란 기간이 변화하고 쇄신하기에 짧은 기간이 아니었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제20대 대선 기간에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정치개혁을 거듭 약속하고 의원총회까지 열어 다짐했지만 싸늘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너무 짧다 보니 변화와 쇄신의 노력이 돋보이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억울할 겁니다. 쇄신과 변화가 없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음에도 시민이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은 집권세력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시민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허니문 기간으로 불리는 집권 초기입니다.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려도 댈 게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서툰 모습이지만 더 잘하기를 기대하고 지지하는 민심이 더 강할 겁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민심이 ‘정권견제’보다는 ‘정권지지’ 쪽으로 더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묻지마 지지’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권을 견제하든, 지지하든 가장 중요한 건 후보와 정책입니다. 후보가 동네일꾼으로 적임자인지, 공약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정당들이 내건 정책이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표에 꼭 참여하는 일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