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7] 지방선거 승리 명분 출마 이재명의 ‘득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가둔다면 이 후보의 정치적 미래는 탄탄해질 겁니다.”(본문 중에서) 사진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1971년 오늘 제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었습니다. 의원 정수는 204명(지역구 153 전국구 51)으로 제7대 총선보다 지역구 22명 전국구 7명이 늘었습니다. 제7대 대선(4.27) 한 달 만에 치른 제8대 총선 투표율은 73.2%로 대선 투표율 79.8%보다 6.6%가 낮아졌습니다. 지역구에 577명이 출마해 3.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6.1지방선거도 3.9대선(77.1%)보다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69.8%로였습니다. 유권자 10명 가운데 7명이 적극 투표의사를 밝힌 셈이지만 통상적으로 실제 투표율은 조금 낮게 나타납니다.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응답률은 77.9%였습니다.

제8대 총선은 민주화 이후 처음 실시된 1988년 제14대 총선 이전에 마지막으로 치렀던 소선거구제 선거였습니다. 5.16 쿠데타 세력이 정당정치를 내세워 후보 자격을 정당 추천으로 제한한 제6대, 제7대 총선에 이어 제8대 총선에서도 무소속 출마는 금지되었습니다. 무소속 출마는 2년 뒤 실시된 제9대 총선에서 다시 허용되었습니다.

제8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은 113석(지역구 86 전국구 27 의석확보율 55.4%)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신민당은 89석(지역구 65 전국구 24)을 차지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공화당의 승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야당 승리입니다. 공화당은 선거 직전보다 16석이 줄었고 신민당은 44석이 늘었습니다.

공화당의 득표율은 48.77%로 4년 전보다는 1.85%밖에 줄지 않았지만 한 달 전에 실시된 제7대 대선의 박정희 대통령 득표율 53.19%보다 4.42%나 줄었습니다. 신민당 득표율은 공화당에 4.39% 뒤진 44.38%였지만 한 달 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 45.25%보다 0.87%밖에 줄지 않았고 4년 전보다는 5.8%나 늘었습니다.

제8대 총선은 양당체제를 강화시킨 선거였습니다. 무소속 출마가 금지된 탓도 있지만 후보를 낸 6개 정당 가운데 국민당과 민중당이 한 명씩 당선시켰을 뿐 2개 정당은 당선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3선에 성공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 심리가 김대중 후보가 이끈 제1야당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농촌지역에서는 집권당에 대한 지지가 강하지만 도시 지역에서는 야당 지지가 높은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도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신민당은 서울 19곳 가운데 18곳, 부산 8곳 가운데 6곳에서 이겼습니다. 공화당은 서울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처조카사위인 장덕진 재무부 차관보가 출마한 영등포 갑 지역에서 유일하게 이겼습니다.

유진산 신민당 총재가 후보등록 마감 직전에 전국구 1번으로 등록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영등포 갑에 정치신인을 공천하지 않았다면 이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민당이 총선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지도 모릅니다. 유진산 총재가 지역구를 포기하고 전국구 후보로 등록하자 영등포 갑 지역 당원들이 반발하는 등 당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6인 수권위원회를 구성한 김대중 후보가 유진산 총재를 제명하고 총선 기간 동안 자신이 당수 권한대행을 맡는 수습안을 내놓았습니다. 비주류인 김 후보의 당권 장악을 막으려는 신민당 주류가 반대했고 유 총재도 반발했습니다. 논란 끝에 유 총재의 당직 사퇴와 김홍일 당수권한대행 취임으로 진산파동은 마무리됐지만 ‘진산파동’의 상처는 컸습니다.

어쨌든 진산파동은 대선 이후 뒤로 물러나 있던 김대중 후보가 당 운영에 관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3.9대선 이후 칩거하던 이재명 후보가 지방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전면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선 승리 효과’로 고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가둔다면 이 후보의 정치적 미래는 탄탄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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