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8] 선거에 가장 강력한 영향 ‘민풍’

“안희정 후보는 캐치프레이즈를 ‘충남의 새로운 지도자 안희정’으로 바꾸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성범죄로 몰락하기 전까지는 한국정치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로 꼽혔습니다. 안희정 지사가 ‘노풍’에만 기대었다면 유력한 대선주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봉하마을의 작은 비석에 새겨진 문구처럼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민풍’입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전직 대통령 노무현님이 / 몸 던진 바위 // 김구를 죽이고 / 여운형을 죽이고 / 조봉암을 죽인 그들이 / 좋은 지도자 한 사람을 죽였다 / 아니 / 우리 모두가 죽였다 // 부엉이바위라 불리는 그 바위 /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 마을에 있다” 시인 김규동이 지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시 ‘바위’입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 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어제 봉하 마을에서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많은 시민과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함께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정부 여당 인사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윤석열 정부 첫 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습니다.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행사에도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거 참석했습니다. ‘국민통합’을 위한 행보지만 6.1지방선거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더 간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뭐래도 6.1지방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대선 승리 효과’와 ‘새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 다시 말하면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거는 시민의 기대와 지지가 국민의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와 시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새 정부 첫 인사로 일시 주춤했지만 실제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5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대통령 방한도 국민의힘에게는 호재입니다.

부결이 거론되던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찬성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새 정부 발목잡기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 열기’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선거는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였습니다. 선거운동기간이 서거 1주년과 겹쳐 추모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폐족‘까지 거론됐던 친노 그룹이 대거 출마했고 후보 상당수가 ‘노무현처럼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표심을 가른 건 ‘반MB’ 민심이었습니다. 천안함 침몰로 한나라당이 기대했던 ‘북풍’도, 민주당이 기대했던 ‘노풍’도 아니었습니다.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반한나라당·반MB민심 ‘민풍’이 선거 결과를 결정지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희정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입니다. 안 후보도 다른 후보들처럼 캐치프레이즈를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안희정 후보 지지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를 심층분석하니 충남도민들은 김종필 전 총리 이후 충남을 대표해서 한국정치를 끌어갈 정치인의 등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충남도민의 정치적 정서에는 김 총리도, 충남 출신은 아니나 지역 연고가 있어 기대를 걸었던 이회창 후보도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충남을 대표해서 한국정치를 끌어갈 정치인이라면 어느 당이든 상관없다는 분석 결과에 따라 안희정 후보는 캐치프레이즈를 ‘충남의 새로운 지도자 안희정’으로 바꾸었습니다.

안희정 지사는 성범죄로 몰락하기 전까지는 한국정치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로 꼽혔습니다. 안희정 지사가 ‘노풍’에만 기대었다면 유력한 대선주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봉하마을의 작은 비석에 새겨진 문구처럼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민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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