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9] ‘미디어감시연대’에 거는 기대

2022대선 미디어감시연대가 2022년 1월 25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김서중 민언련 대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왼쪽부터) 등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김철관 제공>

 

3.9대선에서 언론의 선거보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흑색선전 비방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달았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반대되는 주장들과 허튼 말, 거친 말들이 선거판을 뒤덮었습니다. 언론은 스포츠 중계방송처럼 그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실보도라는 이름 아래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네거티브 선거라고 비판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언론이 네거티브의 확산을 방조한 셈이 됐습니다. 후보와 선거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유권자를 이탈시킬 우려가 있음에도 언론은 그 내용의 진실과 허위를 가려주지 않았습니다. 기계적 중립성을 내세운 언론보도는 결과적으로 선거분위기가 혼탁해 지는 걸 나 몰라라 했습니다.

물론 혼탁한 선거의 가장 큰 책임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간 정당과 후보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지 않고 네거티브를 날것으로 생중계하는데 그친 언론도 일말의 책임은 있습니다. 거짓 주장을 만들어낸 건 후보와 정당이지만 언론이 이를 널리 유포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의 폐해였습니다.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책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의제 중심의 선거보도가 시민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언론이 정치 역학관계 위주로 보도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선거 때가 되면 선거보도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3.9대선 때도 언론현업단체 및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발족되어 선거보도를 모니터하고 분석·평가 활동을 벌였습니다. 모니터 대상은 신문지면·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정치시사 유튜브 채널·포털 등이었습니다. 감시연대는 6.1지방선거 선거보도 감시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선거보도 감시활동을 벌인 결과 지방선거 때마다 언론보도가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책 공약보도보다는 특정후보 밀어주기, 지역구도 부각에 치우친 보도가 많다는 평가가 선거 때마다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 계열의 수도권 기초단체장 후보에 호남 출신이 많다는 보도였습니다.

특정 후보는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그와 경쟁하는 다른 후보는 긍정적으로 보도한다든지, 후보들의 사진 크기를 달리 한다든지 하는 사례는 늘 있어왔습니다.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주요 뉴스에 대통령 동정이나 발언 인용 기사가 많아 여당에 유리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선거 때마다 지적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들의 운동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보다는 각 정당 지도부의 지원유세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보도가 더 많았습니다. 후보 당사자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건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도구로 바라보는 중앙정치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마련한 보도준칙에는 “불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선거보도”를 해야 하며 “선거보도는 특정 견해, 세력, 집단에 편향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도 “정치문제를 다룰 때에는 특정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이나 입장에 편향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6.1지방선거는 3.9대선 80여일만에 실시되는데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되기 때문에 시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분위기를 살리고 시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후보의 자질 및 도덕성과 관련한 밀도 있는 보도, 불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선거보도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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