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3] 투표 사흘 앞 민심 향배는?

6.1지방선거는 여전히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이 될 것인가? 아니면 풀뿌리 민주주의 회복이 될 것인가?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를 돌아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갓 1년을 넘긴 뒤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80% 수준으로 고공행진중이고 야당은 지리멸렬했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워낙 강세고 야당이 약세다보니 정책과 공약도 실종되고 선거의 열기도 뜨겁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흔들렸음에도 여전히 낡은 정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보수정치세력, 특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했습니다. 열세를 뒤집고 보수정치를 복원하려면 네거티브보다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유권자의 표심에 호소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색깔론과 막말에만 기댔습니다.

제20대 대선을 사상최악의 비호감선거라고들 하지만 제7회 지방선거도 막말이 판을 친 비호감선거였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앞장섰습니다.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 깎아내리고 복지정책을 ‘퍼주기복지쇼’라 몰아붙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를 여론조사조작이라고 우겼습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홍 대표는 지원유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말 대행진은 멈추었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은 여전했습니다. 네거티브가 특히 심한 곳은 경기도지사 선거였습니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와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골몰했습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만 기대어 선거를 치렀습니다. 정치는 축구와 같아서 한 사람의 스타만 갖고는 승리를 거둘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한국정치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스타만 보였고, 여당은 대통령 뒤쫓아 가기에 바빴습니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에게 빨간 물감 칠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방선거 전날(6월 12일) 싱가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지리멸렬로 투표율이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 시민의 관심이 싱가폴로 쏠렸지만 다행스럽게도 투표율이 60%를 넘겼습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 이후 40~50%대에 머물던 투표율이 23년 만에 60%대로 높아진 겁니다.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이겨 지방권력이 교체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혁신에 실패한 채 색깔론의 늪에 빠졌고, 바른미래당은 제3정치세력의 비전을 포기했고, 민주평화당은 정체성이 모호해서 졌습니다. 진보정치세력으로서의 대안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정의당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 이어 제자리걸음에 그쳤습니다.

시민들은 보수정치세력에게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옐로우카드를,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레드카드를 꺼냈습니다. 잇단 경고와 심판을 무시하고 색깔론 막말 등 낡은 정치를 고집하자 시민들이 제7회 지방선거에서 아예 포기한 셈입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보수정치세력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 크게 지고 말았습니다.

정부여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강력한 정국주도권을 갖게 되었고, 시민은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적폐청산, 혁신, 한반도 평화정착,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를 더 열심히 하라는 숙제였습니다. 지방선거는 이겼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숙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민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시민이 내준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시민은 정권심판의 카드를 꺼내들었고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바꾸자 민심’의 덕으로 집권한 국민의힘과 시민을 실망시킴으로써 권력을 넘겨준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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