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 더불어민주당과 콩코드 효과
오늘이 6.1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끝나는 날입니다. 앞서가는 후보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 뒤쳐진 후보는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 최후의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빼고는 후보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 역시 지금까지의 지방선거처럼 지방은 없고 선거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유엔 제5사무국 유치’ 등 굵직굵직한 공약도 있었습니다. 이를 둘러싼 후보간 정당간 논쟁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6.1지방선거는 처음부터 출범 한 달도 안 되는 새 정부가 일을 잘 하도록 지지할 것이냐, 견제할 것이냐의 구도였습니다.
중앙정치에 휘둘려 지방은 없고 선거만 있었던 문제가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었던 건 대산과 대선 사이에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임기 후반기의 지방선거는 정부여당이 지고, 임기 초반기의 지방선거는 정부여당이 이기는 양상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6.1지방선거는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도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9 대선과의 간격이 짧고, 대선에서의 표 차이가 매우 적었기에 ‘대선 재선거’의 성격을 띠면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나 첫 내각 인사의 실패 등으로 당선인의 지지도가 사상 유례 없이 낮아지는 데 기대를 걸었을 겁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민심에서 빗나갔습니다.
콩코드(Concorde)라는 초음속 여객기가 있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1960년대에 손잡고 개발한 콩코드는 아름다운 디자인에 마하 2의 빠르기를 자랑했습니다. 콩코드는 ‘화합’이라는 뜻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럽대륙의 패권을 놓고 경쟁해왔던 두 나라가 미국에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손을 잡은 의미가 잘 드러나는 이름이었습니다.
콩코드는 2003년 4월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두 나라는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콩코드가 하늘에서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그 동안 누적된 천문학적 손실이었습니다. 콩코드는 개발 당시부터 수익구조가 불분명해 말이 많았고, 취항 뒤에는 그 동안 투자한 돈이 아까워 퇴장이 미뤄져 왔던 겁니다.
이렇게 이미 써버린 돈(sunk cost)이 아까워 결정을 미루는 걸 ‘콩코드 효과’(concorde effect)라고 합니다. 콩코드 효과에 빠지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3.9대선 이후 비대위 체제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이 6.1지방선거를 치러나가는 과정은 콩코드의 철수를 둘러싼 논쟁과 닮아 보였습니다. ‘졌잘싸’ 대선의 지지를 쉽게 잊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불과 24만표 차이였습니다. 민주당계 후보로서는 역대 최대 표를 득표한 것도, 역대 최소표차로 진 것도 아까웠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부동산·일자리 등 ‘민생 실패’에 따른 ‘정권심판’이 20대 대선을 관통하는 민심이었습니다. 열심히 했음에도 시민들이 ‘왜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몰라주는지’ 야속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쇄신을 제대로 못하고 머뭇거렸고, 그 사이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170석이 넘는 거대정당으로선 기득권에 대한 손익계산을 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 유불리도 따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컸을 겁니다.
어쨌든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자세를 더 낮추고 쇄신과 변화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1,6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위로를 받고, 기대와 지지도 계속 보냈을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비쳤고, 지방선거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습니다. 콩코드 효과에 빠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