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 “군주민수···백성은 물, 임금은 배”

군주민수

정권안정. 제8회 지방선거의 표심은 출범 22일밖에 되지 않는 새 정부가 잘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시민은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전폭 지지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를 기준으로 국민의힘이 17곳 가운데 12곳을 휩쓸어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됐습니다.

국민의힘은 4년 전에는 대구 경북 단 두 곳에서만 이겼습니다. 제주에서 재선된 원희룡 지사는 무소속이었다가 미래통합당이 창당하면서 합류한 겁니다. 4년 전 13곳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는 겨우 5곳에서만 이겼는데 지역적 지지기반인 호남 3곳을 빼면 제주와 경기에서만 이겼습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5곳에서 민주당이 2곳에서 이겼습니다. 총의석수가 국민의힘이 109석에서 114석으로 늘었고, 민주당은 167석에서 169석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180석에서 2년 만에 11석이 줄었고, 그 11석이 모두 국민의힘에게 넘어간
셈입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그 뒤 모든 선거에서 다 이겼습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1석 차이로 원내 제1당이 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제19대 대선 승리로 행정권력을 차지했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되찾았으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180석을 확보해 입법권력까지 완전 장악했습니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직도 입법권력은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 대선 패배로 국민의힘에 행정권력을 넘겨주었고, 22일 만에 지방권력까지 내주었습니다. 서울은 지난 대선에 이어 연패를 당했습니다. 많은 논란 끝에 송영길 후보가 출마했지만 39.23%를 득표해 59.05%를 득표한 오세훈 시장에게 20% 가까이 뒤졌습니다.

4년 전에는 서울의 자치구 25곳 가운데 서초구를 뺀 나머지 24곳을 싹쓸이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8곳에서만 이겨 국민의힘에 16곳을 넘겨주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110석 가운데 102석을 휩쓸었던 4년 전과 달리 31석에 그쳐 제2당으로 밀려났습니다. 서울의 정치는 시정과 의정, 자치구행정을 모두 차지한 국민의힘에게 넘어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란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지방정부와 손을 잡고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못할 겁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권력을 주도하므로 협치와 소통은 필수적입니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대학교수들의 의견을 들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합니다. 2021년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습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인데 ‘곡식을 훔쳐 먹는 도둑’(쥐)과 도둑을 잡는 관리(고양이)가 한 통속임을 한탄한 겁니다.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등 공직자들의 이권개입이 시민을 절망시킨 걸 빗댔습니다.

2016년에는 대학교수들이 『순자(荀子』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를 선정했습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성난 민심이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걸 반영한 사자성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문 정부를 심판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고, 공정과 상식에 맞게 국정운영을 잘해 달라는 기대가 지방선거의 지지로 나타났습니다. 민심이 지금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민심이 돌아서서 배가 뒤집힐 수 있음을 윤석열 호의 키를 잡고 있는 국민의힘이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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