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22] 윤석열 새 대통령과 정채봉 시인의 ‘옷걸이’
2022년 5월 10일 오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열세 번째 대통령인 윤 대통령은 역대 최다득표를 했지만 동시에 역대 최소득표(율)차로 당선됐습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 출신 대통령(박정희 전두환)과 대통령 궐위로 얼떨결에 취임한 대통령(최규하)을 빼면 처음으로 의정활동을 경험하지 않은 대통령입니다.
정치입문 1년도 안 된 대통령의 등장은 ‘정권심판’을 바라는 시민의 뜻, 시민의 선택이었습니다. 이 심판은 촛불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만은 아니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떨어진 이재명 후보도 의정활동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낡은 정치’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들어 있을 겁니다.
‘낡은 정치’에 대한 시민의 심판으로 집권을 했으니 새 정부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새 정부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지지를 유지 확대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새롭다고 다 참신하거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새 정부가 시민의 심판을 받지 않으려면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집권을 했지만, 심판론도 강했지만 선거 때 득표율보다 퇴임 때 지지율이 더 높은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낡은 정치 청산’의 주체가 아니라, 심판받을 ‘낡은 정치’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합니다.
5년 전 오늘 많은 기대와 지지 속에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달 뒤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입니다”라고요.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힘도 심판론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5년 만의 집권에 들떠서는 안 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협치와 국민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침 1994년 오늘은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첫 흑인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도 합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는…새로 태어난 자유에 영광과 희망을 돌린다…아직도 빈곤과 박탈, 성차별 등 여러 차별에 묶여 있는 우리 국민을 해방시킬 것임을 맹세한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사람에 의해 사람이 억압받는 일이 결코, 결코,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자유가 흘러넘치도록 하자…신의 축복이 있기를!“
만델라 대통령은 오랜 인종차별 통치로 갈등과 분열, 증오에 휩싸여 있던 남아공의 아픈 상처를 화해와 용서로 치유했습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인종차별의 책임에 대한 문책과 단죄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만들어 과거사를 정리했습니다.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올바른 처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보궐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때는 새로운 정치의 대명사였던 안철수 후보도 뛰어들었습니다. ‘대선 승리 효과’가 결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였던 6.1지방선거가 뜨거워졌습니다. ‘심판’은 이미 3.9대선 때 내려졌으니 6.1지방선거에서는 ‘새 정치’를 구현할 능력이 있는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선택’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새 대통령과 새 정치를 실천할 이들에게 정채봉 시인의 글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 마디 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