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20] 12~13일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접수
오늘부터 이틀 동안 제8회 동시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후보자 등록 접수가 시작됩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일주일 뒤인 5월 19일부터 개시되지만 등록과 더불어 후보자들은 ‘예비’라는 말을 뗄 수 있게 됩니다. 명함이나 현수막에 선거기호를 기재할 수 없었던 무소속 예비후보들도 내일 신청이 마감되면 선거기호를 부여받게 됩니다.
투표일 투표소에 가면 주민들은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5개 종류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선거,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선거, 광역의회(시·도의회) 의원 선거, 기초의회(시·군·자치구의회) 의원 선거. 그리고 교육감 선거입니다. 선거 종류는 5개인데 투표용지가 7장인 건 정당투표때문입니다.
광역의회 의원 선거와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도 뽑아야 하므로 정당투표용지가 2장 더 있는 겁니다. 그런데 투표용지가 적은 지역이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투표용지가 5장이고, 세종특별자치시는 4장입니다. 제주도와 세종시에는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서 기초단체장선거와 기초의회 의원 선거를 치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행정구역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개의 시로 되어 있지만 자치기능이 없는 행정시입니다. 자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시의회도 없고, 제주시장과 세귀포시장은 주민이 뽑지 않고 제주지사가 임명합니다. 제주도가 세종시보다 투표용지가 한 장이 더 많은 건 제주도에서만 교육의원을 아직도 따로 뽑기 때문입니다.
교육자치법 개정으로 교육의원제가 폐지되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부터 교육의원 선거가 없어졌는데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교육의원제가 남아 있습니다. 교육의원제를 폐지하려 했지만 도의회 구성의 근거인 제주도특별법 개정이 대선 때문에, 대선 이후에는 기초의회 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는 모두 4,125명을 선출합니다. 시·도지사 17명. 시장·군수·구청장 226명, 시도의회 의원 872명(지역구 779명 비례 93명), 기초의회 의원 2,988명(지역구 2,602명 비례 386명), 교육감 17명, 그리고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제주도 교육의원 5명입니다. 중대선거구제인 기초의원 선거구수는 1,030개입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후보등록이 시작되었으므로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이지만 언론의 관심은 선거보다는 새 정부에 맞춰져 있습니다. 청와대 시대가 끝나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용산 집무실시대가 열렸습니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은 아직도 완전체가 아닙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 국회 인준투표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수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었지만 시민의 눈길을 끄는 뚜렷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 지방선거 자체보다는 함께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쏠리는 양상입니다. 이재명 안철수 두 정치거물이 보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보선이 지방선거 투표율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방선거 자체의 흥행에는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정치적 여건이 여러 모로 6.1 지방선거가 주목을 끌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의 간격이 너무 짧아 새 정부의 출범에 가려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대선에 매달려야 했으므로 자신을 알릴 기회가 대선 전까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주민의 관심을 끌만한 눈에 띠는 여야 대결구도도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광역의회와 지역의회의 지역구와 의원 정수가 늦게 결정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출마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도, 주민들도 후보에 대해 알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지역언론이 그 지역의 후보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함으로써 주민의 알 권리가 어느 정도 충족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