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8] 눈물의 선거, 심판의 선거, 정책선거
세월호 참사의 침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2014년 제6회 동시지방선거는 선거의 여왕다운 박근혜 대통령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선방, 새정치민주연합 무기력, 진보정당 몰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 결과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약진 가능성’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이 채 안 되는 2014년 초만 해도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야당은 역대 최악의 패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 낙마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고, 심판론이 선거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전적으로 선거의 여왕에게 기댔습니다. 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박근혜 눈물사진’을 앞세워 선거를 치렀습니다. 무기력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와 달라’는 새누리당의 눈물전략에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무능한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이 극대화된 세월호 민심을 지지로 전환시키지 못한 겁니다.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절묘한 균형’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기력함을 보여줍니다. 기초선거의 무공천 문제에 매달려 시간을 까먹는 바람에 선거준비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막판에는 세월호 추모민심에만 기댔습니다. ‘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권 심판’과 ‘선거 승리’의 호기를 스스로 차버린 셈입니다.
4년 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약진했던 진보정당들은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단체장은 한 명도 없이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51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정당투표(광역비례)에서 통합진보당은 4.3% 정의당은 3.6% 득표에 그쳤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이석기 사건 등 너무나 아픈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새누리당의 성적은 외화내빈입니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이겼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크게 졌습니다.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서울시의회 선거에서도 4년 전보다 겨우 2석밖에 늘리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겨우 5곳에서만 이겼습니다. 경기도는 민선 5기에 이어 민선 6기에서도 여소야대 구도가 유지되었습니다. 도지사 선거는 이겼지만 도의회 선거는 50석으로 78석의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크게 졌습니다. 경기도의 31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3곳에서만 이겼고, 18곳에서는 졌습니다.
눈물의 바다에 빠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정책과 생활정치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복지가 표심을 결정했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중요한 선거쟁점이었습니다. 조금씩 커져가던 정책선거의 가능성을 ‘눈물’과 ‘심판’이 덮어버렸던 겁니다.
그나마 제6회 지방선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건 정당공천이 아닌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다는 점입니다. 경쟁과 개발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인간존중 사회 건설의 요구가 진보적 정책을 내건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던 겁니다. 제7회 지방선거에도 계속된 진보교육감 우세현상이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6.1지방선거를 관통하는 뚜렷한 정책 쟁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3.9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선 승리 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나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것이고, 0.73%가 아쉬운 시민들의 투표참여가 늘어나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할 겁니다. 이래저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의 취지가 약해지는 게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