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4] 정성 들여 가꿔야 할 장미, 지방선거에 관심을
내일(5.19)부터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만 지방선거 분위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공천과정에서 빚어졌던 정당들의 당내 갈등과 이재명 안철수 대선 후보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이내 수그러들었습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다른 선거보다 낮은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출범 열흘 밖에 안 됐지만 시민이 새 정부에 열광하거나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 취임사나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시민을 감동시킬 만한 국정운영의 비전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사는 만사’라는 데 새 정부 첫 인사에서도 박수를 받을 만한 부분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격이 낮거나 덜 중요하다고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서울을 중앙으로 보고, 지방을 서울의 변두리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방은 ‘서울의 변두리’가 아니라 주민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를 생활정치(삶의 정치)라 부르는 겁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치열한 대선을 치른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실시되는 바람에 선거 피로감을 느낀다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그래도 지역 관련 공약들을 하지만, 정당들의 선거전략이나 언론 보도가 대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보니 관심이 줄어든 측면도 있을 겁니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습니다. 주권자인 시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와 제도, 시민 의식을 분권화의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시민의 삶의 질 문제를 정치?행정과정에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요구형? 수익자? 정부의존형 민주주의에서 참여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계기입니다.
“누구도 꺾지 않고 우리 모두가 정성 들여 가꾸어야 할 장미.” 영국 정치가 제임스 브라이스(J. Bryce)의 말입니다. 그는 미국 정치과정이 국정운영을 잘하는 대통령의 자질보다 당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호한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이스는 무엇을 이렇게 비유했을까요? 그가 장미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입니다.
과연 지방자치는 장미일까요? 주민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워나가는 구실을 한다면 ‘민주주의의 학교’인 지방자치는 화려한 장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장미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어버릴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돌보지 않으면 제 구실을 못하게 될 겁니다.
장미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장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를 정성 들여 가꾸지 않고 함부로 꺾으려다가는 그 가시에 찔리고 말 것입니다. 지방자치를 살리는, 나아가 지방자치가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화려한 장미로 피어나려면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애정이 커져야 합니다.
정당들이 후보를 잘못 공천하고, 중앙정치의 논리로 지방선거를 끌어간다면 이를 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는 일에는 이제 주권자인 시민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투표이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선거에 참여해야 합니다. 또 정치나 선거가 잘못되는 것을 시민이 동조하거나 방임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치의 총체적 부실의 책임은 1차적으로 불량 정치인에게 있지만, 언론과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처음과 끝을 완성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시민입니다. 시민이 지역감정, 흑색선전 등에 넘어가는 생각 없는 3류라면 정치도 3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6.1지방선거가 시민이 1류임을 확인하는 계기로 만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