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5] 머나먼 정치적 약자의 대표성 확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되풀이되는 논란의 하나가 사회적 약자의 정치 진출문제입니다. 정치적 대표성 확대가 거론되는 정치적 약자로는 우선적으로 여성, 청년,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6.1지방선거 출마자들 가운데 여성 후보는 2,095명으로 27.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균 연령은 53.8세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출마자 비율 27.8%는 4년 전(25.2%)보다 2.6% 늘어난 것이지만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이후 세계적 최소기준으로 자리 잡은 여성의 정치적 진출 비율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당이 당헌·당규에 규정한 여성 공천 비율 30%보다도 낮습니다. 무소속 출마자와 여성 공천이 많은 비례를 빼면 더 낮아질 겁니다.
광역단체장 여성 출마자는 10명(18.2%)으로 4년 전 6명(8.5%)보다 늘어났지만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는 국민의힘 2명(경기도 김은혜, 전북 조배숙), 더불어민주당 1명(경북 임미애)입니다. 정의당이 대구 인천 광주 3곳에서, 기본소득당(서울)과 진보당(경기) 녹색당(제주)이 각각 한 곳에서 여성 후보를 공천했고, 무소속이 1명입니다.
아직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없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46.83%를 득표해 오세훈 시장에게 0.6% 차이로 떨어진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그 다음 좋은 성적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27.3%, 2018년 세종시장 선거 때 송아영 지유한국당 후보의 18.1%였습니다.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청년 세대가 진출하기 쉬운 기초의회 의원선거 출마자 5,125명 가운데 2030세대(18~39세)는 539명으로 10.5%에 그쳤습니다. 20대 출마자는 122명으로 전체의 2.4%이고, 최연소자인 18세 출마자는 2명, 19세 출마자는 딱 한 명이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국회는 지방선거 출마 기준을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대선에 매달리다보니 각 정당은 젊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3.9대선에서 후보들이 앞 다퉈 약속했고, 공천 과정에서도 강조했던 청년의 정치참여 확대가 말잔치로 끝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한 기초의원 후보 1,987명 가운데 18~39세 후보는 30세 미만 56명(2.8%)을 포함해 243명(12.2%)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더 적어서 1,980명 가운데 18~39세 후보가 200명(10.1%)이었고, 30세 미만은 41명(2.1%)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정의당이 132명 가운데 18~39세 공천이 33명(25.0%)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5세와 44세까지 청년당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더라도 ‘30% 청년 공천’ 약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40~45세 후보 213명을 합쳐서 계산해도 청년공천 비율이 22.9%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도 18~44세 후보 308명을 합쳐서 15.6%밖에 되지 않습니다.
각 정당들은 청년 30% 공천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고충을 밝히고 있습니다. 정당이 제시하는 사유에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내일의 한국 정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미래세대를 발굴하거나 기르려는 의지도 약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마 진보·여성·청년이라는 의제에 상대적으로 충실하려 했던 정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정치세력은 제3정치세력으로 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아 왔지만 6.1지방선거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워 보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 2.37%, 노동운동의 메카인 울산에서 시장후보 공천조차 못한 데서 보듯이 노동 청년 여성 등 기존 지지층이 붕괴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