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6] 선거인등록제와 자동등록제
어제(5월 15일)부터 내일(5월 17일)까지 3일간은 선거인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입니다. 6.1지방선거 유권자들은 누구라도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선거인명부는 구·시·군의 장이 그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작성합니다. 지방선거에는 외국인 선거권자도 포함됩니다.
선거인명부에는 선거권자의 이름·주소·성별·생년월일이 기재되는데, 이 내용이 실제와 다르거나 누락되면 투표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선거인명부 열람은 구·시·군청을 직접 찾아가거나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잘못 표기되거나 누락, 또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선거인명부에 들어가 있는 게 확인돼 이의 신청을 하면 신속하게 처리해 줍니다.
지방선거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기준일은 선거 22일 전입니다. 22일 전 현재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재외국민 포함), 외국인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5일 간 작성합니다. 국회의원 선거도 22일 전이고, 대통령선거만 28일 전이 작성기준일입니다. 6.1지방선거 선거인명부 작성기준일은 5월 10일이었고, 5월 20일에 최종 확정됩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선거인명부를 작성하지만 초창기에는 선거인등록제였습니다. 선거권자가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를 보면 1948년 5.10 선거 때 유권자 813만여 명 가운데 784만여 명이 선거인등록을 했고, 748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투표율 95.5%는 전체 유권자가 아닌 등록선거인을 기준으로 한 통계입니다.
선거인등록은 1948년 3월 29일에서 4월 9일까지 진행됐는데, 당시 미군정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인등록 비율은 79.7%였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자발적 등록은 채 10%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다수가 강제등록을 했다는 겁니다. 유엔임시위원단에 따르면 관권과 경찰개입에 의한 억지등록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쌀 배급 통장을 발급하거나 몰수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강제 등록을 시킨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경찰과 청년단체가 등록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5.10선거를 반대했던 김구는 시민들이 등록과 투표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야심 머기 유엔임시위원단 위원장(시리아 대표)이 “자유선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강제등록이 많았던 까닭은 여러 가지입니다. 처음 실시하는 보통선거라 선거인등록제가 낯설었습니다. 문맹률이 높았고, 날인을 해야 되는 선거인등록 절차도 번거로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민족분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이 컸습니다. 어쨌든 선거인등록을 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는 높았습니다.
미국을 본 따 도입한 선거인등록제도는 결국 없어졌습니다. 19세기 말 부정선거를 막으려 미국에서 만든 선거인등록제는 미국에서도 부작용이 컸습니다. 특히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이민자 등 먹고살기에 바쁘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빈곤층들의 참정권을 막아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 자동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권자 자동등록제이므로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시민들도 대부분 선거인명부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소 이전을 했다든지 신상에 변화가 있는 시민들은 선거인명부를 열람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인의 경우는 사업주는 선거인명부 열람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에 설치된 구는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로 구청장은 임명직이고, 구의회도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인명부는 행정구에서 작성하므로 일반시에서는 선거인명부 열람과 이의 신청을 시청이 아닌 구청에서 해야 합니다. 이번 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보다 많은 시민이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