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9] 6.1지방선거와 보궐선거…‘윤심’ ‘이심’ 아닌 ‘민심’으로

대선 후보 시절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6.1지방선거와 함께 7곳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동시에 실시됩니다. 보선의 관심지역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인천 계양구 을 선거구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 분당구 갑 선거구입니다.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출마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관심이 쏠렸던 대구 수성구 을 선거구는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습니다. 홍준표 경북지사 후보의 지역구였던 이곳이 관심을 끌었던 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 공천 때문이었습니다. 이른바 국정농단과 파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파워’가 여전한가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습니다. 2004년 차떼기 이미지와 탄핵 역풍 속에서 치른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살려냈습니다. ‘부드러운 보수주의’를 앞세운 ‘영남지역주의 동원’으로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확실한 미래권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 대표 시절 치른 선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는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로 대전시장 선거를 극적인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란 애칭이 붙었고, “재보선은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는 모든 선거에서 소극적이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선거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면서 펼쳐진 선거 무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집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단일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맞붙은 단순한 구도였지만 선거의 여왕의 귀환으로 무대 위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의원은 막강한 ‘미래권력’이었습니다. 지지율이 다른 대선주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높았습니다. 세종시 문제 등 특정 사안에서는 MB 비판과 반대에 야당보다도 더 큰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 바람으로 흔들리자 선거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안철수·박원순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 대망론’에 놀라 선거판에 복귀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박의 전설’은 깨졌습니다. 정치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내민 시민의 옐로우 카드에는 선거의 여왕조차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의 ‘박근헤 파워’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선거결과의 분석은 대체적으로 어느 정당이 이겼는가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2014년 지방선거의 정당 성적만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서 다 이겼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정권심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던 상황임에도 최상의 성적을 낸 겁니다.

2014년 지방선거는 ‘지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도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만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사진 뒤에 숨어서 선거와는 관계없이 ‘도와 달라’는 눈물전략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추모민심에 기댄 심판론에만 매달리다 ‘박근혜 파워’에 당하고 만 셈입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와 보궐선거 공천에서 알 수 있는 건 이제 ‘박근혜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특정한 지역에 압도적 지지기반을 갖는 카리스마적 정치지도자에 의한 지역동원은 타나나지 않을 겁니다. 동시에 강력한 팬덤을 몰고 다니는 정치지도자도 잘하지 못하면 힘이 약해질 겁니다. ‘윤심’ ‘이심’이 아닌 ‘민심’의 바른 선택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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