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13] 언론의 공정·객관·균형보도 ‘절실’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다섯 종류의 선거(제주도와 세종시는 각각 네종류와 세종류)를 치르는 7,616명의 후보들이 2,324개 선거구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이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 후보들이라고 해서 그냥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선거가 치러지다보니 주민들은 후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거벽보와 현수막들, 그리고 주민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배포될 선거공보물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주민이 알 권리 충족에 언론보도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지역언론들의 역할은 매우 소중합니다.
흔히 메이저라 불리는 중앙언론들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집중하는 사이 지역언론들은 전국 언론이 다루기 어려운 기초 단위의 후보들에 대해 공약과 정책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자칫 지역 언론들이 지역 중심의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 정서를 자극하거나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그릇된 보도 태도에 중앙언론도 편승하는 건 안타깝습니다. <경향신문>에 “수원시장 선거, ‘비수원 출신’의 반란 가능할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부제는 “연기군 출신 도시 전문가, 수원 출신 전 국회의원과 맞대결”입니다. 족벌언론들에 비해 정파성이 적고 비교적 합리적이라 평가받는 언론의 기사라고 믿어지지 않습니다.
‘수원 출신’과 ‘비수원 출신’을 가르는 것도 문제지만 ‘비수원 출신’이 당선되는 것을 ‘반란’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놀라운 발상입니다. 더 나아가 ‘비수원 출신’이 ‘연기군 출신’이라는 것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문제지만 경향신문의 데스크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기사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을까요.
기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수원시는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고 있지만 지역색이 짙은 곳이다. 민선제 이후 한 번도 비수원 출신은 시장이 된 적이 없다. (중략) 이번 선거는 수원 출신과 비수원 출신 여야 후보가 맞대결하는 양상이다. ‘수원시장=수원 출신’이라는 기존 공식이 깨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관전 포인트를 잘못 짚었습니다.
경기도청이 있어 경기도 ‘수부(首府) 도시’라 불리는 수원시는 인구 125만명으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습니다. 광역시인 울산시보다도 많습니다. 올해 인구 100만명이 넘는 경기 고양시와 용인시, 그리고 경남 창원시와 함께 특례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관전 포인트는 특례시 수원의 발전에 누가 적임자인지가 되어야 할 겁니다.
물론 기사는 두 후보의 경력과 공약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수원 출신’ 후보에 대해선 5년간 수원시 부시장이었고, 수원도시재단 이사장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이룬 업적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뜨내기도 아니고 갑자기 수원시장 후보가 된 낙하산 공천이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런데도 그가 당선되면 ‘반란’이 되는 걸까요?
선거가 본격화되다보니 모든 걸 선거와 결부시키는 기사들이 눈에 띱니다. 정치인들은 숨 쉬는 것도 정치행위라지만, 정당과 후보들이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것을 선거로만 연결시키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야 의원 200여명 광주로 ‘표를 위한 행진’”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계기로 여야가 호남 민심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것이다.” 원래 선거가 아니어도 5.18 행사에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원죄가 있는 민정당계 정당 출신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첫해에는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을 선거를 겨냥한 행보로만 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