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창간10주년⑤]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블록체인·ESG 투명성 추구, 지향점 같아”

아시아기자협회를 주축으로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창간한 온라인 아시아엔이 지난 2022년 2월 22일 오후 2시 창간 10주년 특별포럼 ‘Next Leadership Toward Active ESG’을 개최했습니다. ‘Next Leadership Toward Active ESG’는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의 기후위기, 탄소중립, ESG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 이어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유엔대사)의 진행으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이사장 ‘위기의 한국경제와 동반성장 그리고 ESG’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이화여대 석좌교수) ‘생태적 전환과 ESG’ △박영옥 주식농부 ‘한국의 자본시장,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방향’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기술 개발’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이사 ‘블록체인이 만들어가는 ESG 세상’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공간의 양극화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의 재구성’ 순으로 주제발표 및 질의응답을 가졌습니다. 아시아엔은 연사들의 주제발표와 행사소식 등을 연속해서 전합니다. -편집자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김길수 프리랜서 사진기자>

블록체인이 만들어가는 ESG 세상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안녕하십니까. 두나무 이석우입니다. 현재 주식회사 두나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인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하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많이들 생각하십니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고요. 비트코인 하나만 보더라도 채굴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니까 전력 사용량이 많습니다. 환경과 약간 배치되는 그런 기술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채굴방식을 떠나 합의알고리즘이란 방식을 통한 친환경적인 기술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인식 자체는 굉장히 반 환경적인 산업입니다.

블록체인 하면 떠오르는 게 ‘코인 대박’ 또는 ‘쪽박’ 이런 단어들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재미있던 것이 ‘내 손 안의 강원랜드’라는 답변이었습니다.

기술의 활용 아닌 가격에만 초점
코인 종류가 워낙 많고, 다 이해하지 못해도 이름이 예뻐서 사는 경우도 있는 투기적 성향의 시장입니다. 오늘 박영옥 대표님께서는 자본시장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지만 심지어 그런 보호장치조차 없는 게 코인시장입니다.

보니까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들 가격에 눈이 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만 쳐다보고 ‘올랐네’ ‘떨어졌네’. 비트코인이 ‘1천만원이 맞냐’ ‘8천만원이 맞냐’ 가격에 대한 논의만 계속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을 해서 어떤 식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잠시만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때 막 ‘닷컴붐’이 불고 있었어요. 웹사이트 하나 만들어 놓고 50억원, 100억씩 투자받아서 먹튀하니까 금감원에서 ‘투자자들 조심하십시오’ ‘사기 조심하십시오’라고 주의내리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그런 사고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벤처지원법을 만들어서 벤처들을 키워냈죠.

그 결과 네이버도 나오고 오늘날 카카오도 나오고 엔씨소프트 같은 좋은 IT회사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그때 제가 ‘정말 좋은 회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장차 여기서 AI나 IOT가 나올 거다’라는 얘기를 했다면 사기꾼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기도 많고 사고도 많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세계 확장한 스마트컨트랙트
블록체인은 암호화기술을 이용해 원장을 정확하게 기입을 하고, 암호화된 블록이 사슬처럼 엮여서 해킹이나 위변조를 막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도대체 이걸 어디에 쓰냐’는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이더리움이라는 플랫폼 코인이 나오면서 특정 조건을 집어넣을 수 있는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도입됐습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프로그래밍 하는 엔지니어가 어떤 조건을 입력하고, 그 조건이 충족되야 실행되는 기능입니다.

심지어는 조직 자체도 프로그램을 짜서 굴릴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주식회사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다오(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도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ESG와 관련된 좋은 사례들이 많습니다.

ESG 각각의 분야에서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E’는 탄소배출권과 관련된 사례입니다. IBM이 중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블록체인과 IOT기술을 접목을 시켜 각 회사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량하는 기술입니다.

‘목표는 얼마인데 너희가 얼마나 배출하고 있으니 얼마를 더 줄이거나 늘려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그만큼 토큰화(코인화) 해라. 배출량을 줄인 다른 곳에서 그만큼의 코인을 사오면 줄인 걸로 인정해 주겠다’ 탄소배출 크레딧을 코인화해서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적인 해결책입니다.

이번엔 ‘S’와 관련된 사례입니다. UN식량기구가 2020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요, 이분들이 하신 프로젝트 중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요르단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식량을 구호민들에게 직접 전달하다 보면 중간에 누수가 많이 발생을 해요.

돈을 현지 정부에 전달하면 거기서 인건비가 나가고 또 잘못 쓰이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직접 돈이 가더라도 그 돈으로 술담배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로 필요한 사람들한테 구호물자가 가는지를 체크해야 되는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것입니다.

요르단 프로젝트 <사진=두나무 제공>

사진을 보시면 오른쪽분이 점원이고 왼쪽분이 난민입니다. 난민이 개인 전자지갑에 암호화폐를 받아서 특정 마켓에 가면 먼저 홍채 인식으로 본인이 아닌지를 식별을 합니다. 신원이 확인되면 자신이 살 물건을 코인으로 결제하는 겁니다. 술을 사려고 하면 결제가 안 돼요. 생필품을 살 때 코인으로 결제하니까 단위가 크진 않지만 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의 토큰화, 거래의 효율화
‘G’는 박영옥 대표님께서도 주식시장에 대해 말씀 많이 하셨지만 저는 결국 모든 금융상품이 토큰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거래의 효율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은 주식을 사거나 팔면 3영업일 후에 현금화가 이뤄집니다. 주주총회를 하려면 한 달 전에 소집 통지를 보내야 되기도 하고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비효율적인 측면들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토큰으로 만들어서 판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24시간 사고 팔 수가 있죠. 파는 즉시 결제도 이뤄지죠. 또 주주의 투표권도 실시간으로 행사할 수 있으며, 실시간 고지가 갈수도 있고요. 블록체인을 이용해 이러한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아까 말씀드린 스마트컨트랙트의 기술을 일부 차용해 ESG와 관련된 조건을 넣어 프로그램을 짜면, 실제 주식회사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일정 비용이 ESG에 쓰이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이 과정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결국 ESG가 추구하는 것도 투명성이기에 서로의 지향점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즉 블록체인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ESG를 확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중앙일보 기자로 경력을 시작해 카카오 대표이사 사장,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중앙일보 디지털총괄, 두나무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한국 IT산업의 최전선에 서왔다.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거래대금 기준 글로벌 TOP5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대표로 올바른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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