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창간10주년⑦] 두가지 질문 ‘차기대통령에게 바란다’ ‘2050 탄소중립’
아시아기자협회를 주축으로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창간한 온라인 아시아엔이 지난 2022년 2월 22일 오후 2시 창간 10주년 특별포럼 ‘Next Leadership Toward Active ESG’을 개최했습니다. ‘Next Leadership Toward Active ESG’는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의 ‘기후위기, 탄소중립, ESG’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 이어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유엔대사)의 진행으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이사장 ‘위기의 한국경제와 동반성장 그리고 ESG’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이화여대 석좌교수) ‘생태적 전환과 ESG’ △박영옥 주식농부 ‘한국의 자본시장,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방향’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기술 개발’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이사 ‘블록체인이 만들어가는 ESG 세상’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공간의 양극화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의 재구성’ 순으로 주제발표 및 질의응답을 가졌습니다. 아시아엔은 연사들의 주제발표와 행사소식 등을 연속해서 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 창간 10주년 특별포럼 ‘Next Leadership Toward Active ESG’ 말미, 진행자인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이 연사 6인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다가오는 20대 대선, 다음 대통령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와 ‘2050 탄소중립,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아시아엔은 이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이사장
“이익공유 통한 동반성장 추진”
한국 경제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여러 위기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저성장과 양극화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10여년 동안 고민했고, 동반성장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대한 저항도 많이 있었습니다. 다만 ESG가 화두가 됨에 따라 동반성장을 더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일할 때 대통령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초대위원장을 맡았지만 별다른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벅찼습니다. 그러고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든 지 10년이 됐습니다.
지금 시점은 매우 단기적으로 봐도 이익공유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닙니다.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이익공유와 통합니다. 현실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이익공유의 아주 대표적인 예이고, 미국의 NFL리그 역시 이익공유, 수익공유를 제대로 하는 곳입니다.
정치인들이 이해하고 따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새로운 구호를 원하는 것 같아요.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10여년 전에 흘러간 노래입니다. 흘러간 노래라도 잘 부르면 괜찮거든요. 새로운 대통령께서 이익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을 추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이화여대 석좌교수)
“생태효율의 감소…채식, 탄소배출 저감에 큰 역할”
코로나19는 어떻게 보면 동물로부터 전염돼 온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축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가’와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들에게 한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너무 쉽게 전염을 허용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의 유전자 다양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거의 복제동물을 기르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한 종이 걸리면 유전적으로 유사한 종들도 다 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장에서 기르는 것이 아닌,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게 하면서 가축을 길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에 육식은 조금씩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육식이 자연 생태계에 주는 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생태효율’(자연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경제개발도 동시에 추구하는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채식을 하면 그 10배를 누릴 수 있는데, 풀로 가축을 먹이고 또 그 고기를 먹으려면 효율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육식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육식을 조금씩 줄이면서 채식을 늘려가는 그런 노력을 하면 탄소배출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후보들과 기후변화 대담 진행”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1년 넘도록 별 반응 없다가 최근에 터졌습니다. 지금 구독자 수가 20만을 넘었고요. 그랬더니 대선후보들께서 제 채널에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거절하다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번 대선에서 기후변화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우리 삶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도 말이죠.
그래서 어제(2월 21일) 후보들 모셔서 기후변화 시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슈인 바로 기후변화에 대해 각 후보마다 질문도 드려볼 생각입니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잘 받았다가 사용하겠습니다.
박영옥 주식농부,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윤리와 도덕 중시하는 시대…ESG·탄소배출량 고려해 기업 경영”
기업의 윤리와 도덕을 중시하는 시대입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없으면 기업의 존재 이유와 의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 경제적 책임에서 더 나아가 ESG, 탄소배출량을 고려해서 경영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이익을 중시해 그런 부분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고객이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시대입니다. 미국의 재계 모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에서도 고객의 가치를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고객이 주주로, 반대로 주주가 고객이 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이를 원동력 삼아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배당 통해 성과 공유하는 투자문화”
주식 투자는 더불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아주 넓고 큰 길이라 생각합니다.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운동을 벌여왔는데, 다행히 우리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회 양극화 문제나 기후문제 등이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들이 다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주주도 배당을 통해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문화를 만들어 주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기업의 주인이 돼서 기업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주주 환원율이 90%,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도 60~70% 가량 되는데 우리는 20%밖에 안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기에 투자자들은 그동안 종속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 필요”
오늘은 장애인 복지문제를 주로 얘기했지만 원래 전공은 지구과학입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는 글로벌한 문제인데 너무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만 막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지열발전을 하기엔 (환경적으로)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태양광 하기에 더 좋은 곳도 많고, 풍력발전을 일으킬 바람 더 센 곳도 많습니다. ‘우리 안에서 어떻게 하겠다’라기보다는 시야를 글로벌로 좀 더 넓혀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을 실천할 만할 최적지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도 억지로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기업들도 더 글로벌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도 이석우 대표님도 얘기하셨지만 코인화 한다던지 우리나라가 다른 곳에서 배출량을 줄이고 혜택을 받는 방식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트코인 사행성 산업 아니야?’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이석우 대표님 얘기 들으면서 가상화페에 대해서 깨닫게 돼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 사업하는 곳들은 장애인 돕고 사회적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이사
“토큰화 인센티브, 분산원장 등 블록체인 기술 활용”
후보자분들께서 다들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육성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IBM 사례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유도하다 보면 탄소 배출 등과 같은 환경 문제를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측량을 해야 배출량이 얼만큼 줄었거나 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하면 정확한 수치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상묵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고려해 보겠습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주거 공간의 다양성 확보…중소규모의 다양한 플랫폼”
주거 공간의 다양성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체의 다양성만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주거 공간의 60%가 아파트로 돼 있습니다. 다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가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남는 것은 집값 밖에 없습니다. 공간이 단조로워질수록 사람들의 가치관은 정량화 되거든요.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이런 걸로 모든 국민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결국 주거 공간의 다양성이 그만큼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거 공간의 다양성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LH중심의 대규모 신도시를 만들거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건축을 지양하는 대신 중소규모의 더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탄소배출 절감, ‘나무 기둥’ 건축물이 해답”
건축에서 탄소배출 문제는 간단합니다. 친환경적인 건축은 태양광 진열판이 많이 달린 건축물이 아닌, 기둥 구조로 만들어진 건축물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20년만 지나도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어요. 라이프 스타일도 빨리 바뀌고요.
가족 구성원 수도 4인 가족에서 1~2인 가구 위주로 바뀌었는데 집은 다 옛날 스타일이고 방도 작습니다. 벽식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벽을 부수지도 못해요. 벽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몇 십 년에 한 번씩 부수고 새로 지어야 됩니다. 시멘트와 철강의 소비가 늘어나고 탄소배출량도 늘어나게 되죠.
반대로 건물이 기둥 구조로 되어 있으면 그 기둥을 오랫동안 유지해서 쓸 수 있어요. 뉴욕 소호에 있는 공장들도 기둥으로 돼 있습니다. 성수동의 공장들도 기둥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시대에 맞춰서 변형하고, 또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만큼의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죠.
최근의 기술력을 활용하면 나무 기둥으로 40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을 수가 있어요. 나무라는 재료는 생산할 때부터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조림사업만 같이 간다면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나무 기둥은 비싼 편이지만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정책을 만들면 우리가 세계를 리드하는 건축 기술도 갖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