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시 중증 질환으로 사망율 높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코로나(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근심이 크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당뇨병 환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시 심각한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사망률도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의 40%가 당뇨병 환자이다. 이에 코로나19 시대에 당뇨환자는 혈당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매년 11월 14일은 국제당뇨연맹과 세계보건기구가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당뇨병을 퇴치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당뇨의 날(World Diabetes Day)’이다. 11월 14일이란 날짜는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을 발견하여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생리학자 프레드릭 밴팅(Frederick Banting, 1891-1941)의 생일에서 비롯됐다.
인슐린의 발견은 당뇨병 환자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치료의 문을 열게 한 위대한 업적이다. 인슐린은 위의 뒤쪽에 위치한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된다. 랑게르한스섬에는 α,β,δ 세가지 세포가 있고 그중의 β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은 혈당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1921년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도 당뇨병에서 근간이 되는 치료제로서 환자들의 혈당관리를 도우며 새로운 삶을 선물해 왔다. 밴팅은 92번에 달하는 실험을 수행한 끝에 인슐린을 추출했다. 최근에는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높이고 저혈당 감소 효과를 높인 새로운 인슐린들이 개발되고 있다.
당뇨병은 혈액 속의 혈당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는 병이다. 보통 공복 시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헤모글로빈에 당이 들러붙은 것) 비율이 6.5%를 넘으면 당뇨병이라고 본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몸속에서 아예 생성되지 않거나, 인슐린이 나오긴 나오는데 제 기능을 못해서 생긴다.
당뇨병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당뇨병의 주요 증상은 다음(多飮)·다뇨(多尿)·다식(多食)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포도당은 다량의 물과 함께 체내 밖으로 배출된다. 그럼 소변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체내 수분부족으로 갈증이 생겨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 인체가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식사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 안에서 포도당이 이용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체중이 줄고 쇠약해진다.
대한당뇨병학회 2020년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0세 이상 전체 당뇨병 인구는 494만명으로 성인 7명 중 1명(14.4%)이 당뇨병 환자로 추정된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2형 당뇨병 환자는 301만9225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236만2679명보다 약 28% 증가했다. 한국인의 제1당뇨병의 유병률은 매우 낮은 편이며, 전체 당뇨병 환자의 2%미만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은 제1형 당뇨와 제2형 당뇨로 구분된다. 제1형 당뇨병은 유전, 자가면역 등의 문제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신체 활동 부족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젊은 당뇨환자 문제가 심각하여, 30대 성인 중 약 130만명이 공복 혈당장애로 당뇨병 고위험 상태에 속한다. 그러나 혈당 관리를 하는 환자는 10명 중 6명뿐이다.
당뇨병은 혈당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이다. 혈당 관리를 잘못 하면 심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눈·신장·신경에도 문제가 생겨 삶의 질이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꾸준히 진료를 받는 사람’(연간 290일치 이상 약처방 받아가는 사람)의 비율은 2016년 기준 54.8% 수준이다. 즉 절반가량은 혈당 체크를 소홀히 하거나 치료·약 복용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럴 때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혈당치를 수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알리고, 혈당이 높아졌을 때 의사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그 자체로 환자가 자기 병을 잘 관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가 ‘원격진료’를 받을 경우 △혈당 증가 또는 감소 추세 파악 가능 △저혈당이나 고혈당 후유증 사전 체크 △칼로리 과잉시 소비방법 실시간 제공 △체중, 혈압, 맥박, 고지혈 등 만성질환 관련 수치 종합 관리 등의 이점이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가 2015-2016년 실시한 시범사업에서도 원격 진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0.63%포인트)는 그렇지 않은 사람(0.27%포인트)보다 당화혈색소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가 아직 불법이다. 정부는 도서 벽지 주민들만이라도 원격 진료 규제를 풀어주자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격 진료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당뇨 진료에 들어간 진료비 규모는 2010년 4819억원에서 2018년 8605억원으로 늘었다.
당뇨병 환자의 목표 수치인 당화혈색소 6.5% 수준에 도달한 환자는 28.3%에 불과하다.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검사는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평가하며, 당화된 Alc형 혈색소의 농도를 측정한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당화 혈색소가 생성된다. 일단 포도당이 혈색소에 결합하면 정상적으로 120일인 적혈구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 결합된 상태를 유지한다. 정상범위는 4.0-6.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