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가 접종과 방역패스

“위드 코로나의 성패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시기에 부스터 샷을 맞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60세 이상 백신 접종 완료율은 92.0%이지만 부스터 샷 추가접종률은 7.5%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는 면역력이 유지되는 6-9개월 정도로 ‘방역 패스’ 유효기간을 지정하는 나라들도 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작년 봄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군인들이 밀라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두오모 광장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 (밀라노 AP=연합뉴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및 중환자의 급증 양상을 감안하여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시기를 기존 ‘기본접종 완료 후 6개월’에서 4-5개월로 단축한다고 11월 17일 발표했다. 60세 이상 일반 국민과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기저 질환자, 의료기관 종사자는 기본 접종 후 4개월부터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다. 50대 연령층과 경찰, 군인, 소방관 등 우선 접종 직업군은 5개월로 단축된다.

이번 단축 조치로 올해 중 부스터샷 대상자는 약 1378만4000명으로 기존보다 819만2000명 늘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스터 샷 접종 시기를 진작 앞당겼어야 했다”고 말한다. 즉 방역당국이 실기(失期)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그동안 백신 접종 완료자 등을 대상으로 항체 보유량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을 했다. 그런데도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기존 6개월로 계속 고수하는 바람에 AZ 백신 등을 맞은 고령층이 코로나19에 노출되었다.

한편 정부는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AZ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드물어 AZ 백신 접종을 12월 말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 30세 미만의 경우 심근염과 심낭염이 상대적으로 높은 모더나 백신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한번만 접종하는 얀센 백신 접종자는 2개월 이후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받으면 우리 몸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적(敵)으로 인지하며, 2차 접종은 적과 싸울 항체수를 늘린다. 추가접종은 떨어진 항체 수를 다시 끌어올리고, 항체가 활동하는 기간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부스트 샷은 2차 접종 때보다 이상 반응은 더 심하지는 않으며, 중증 예방 효능은 92%에 달한다.

백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일반인도 면역 저하자(低下者) 등과 같이 2개월 뒤부터 부스터샷을 맞는 게 좋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스터샷 접종 간격은 항체 생성 정도와 유지기간 등을 고려해서 정한다. 대개 백신 2차 접종 후 두 달째에 항체 생성 효과가 최대에 이른다.

따라서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부스터샷을 접종받게 하면 잦은 접종에 대한 거부감으로 백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잦은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빈도가 커질 수 있다. 이에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일반인은 2차 접종 후 3개월 정도까지는 굳이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대규모 접종 사업은 최소 접종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선진국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고령자와 고위험군에 ‘권장’됐던 것이 ‘의무화’되고, 점차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 강화하는 추세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부스터 샷을 놓기 시작해서 현재 인구 절반 가까이 맞았다. 그러자 지난 9월 중순 1만명 넘게 치솟던 하루 확진자가 600명대로 줄었다. 이는 부스터 샷 감염 예방 효과가 9배 높은 덕분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전면 봉쇄 등 강력한 방역 조치가 속속 등장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의 시위도 격화하고 있다. 영국은 11월 20일 신규 확진자가 4만941명 늘었고, 독일은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가 4만5183명으로 늘었다. 미국도 일일 평균 확진자가 13일 8만명대로 올라선 뒤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국장은 20일 BBC 인터뷰에서 “긴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유럽에서 50만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계절 변화와 여전히 충분치 못한 백신 접종 완료율,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지역적 우세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방역 조치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Eritrea)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난 11월 12일 밝혔다. 코로나 백신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지금까지 144국에 5억회분의 백신을 전달했는데, 두 나라만 받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 지난 10월 말에 4만2000여명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WHO에 보고했다.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부작용 사례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까지 신고된 이상 반응 의심 신고 건수는 37만4456건에 달한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9개월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1289명에 달하며, 현재까지 백신 때문에 죽었다고 조사를 요청한 967명 중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백신 때문이라고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백신 부작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보상·손해배상 기준도 확립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의 성패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시기에 부스터 샷을 맞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60세 이상 백신 접종 완료율은 92.0%이지만 부스터 샷 추가접종률은 7.5%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는 면역력이 유지되는 6-9개월 정도로 ‘방역 패스’ 유효기간을 지정하는 나라들도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 근절이 아닌 ‘위드 코로나’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예전의 삶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으면서 얻어지는 면역보다 백신 면역 효과가 5배 정도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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