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탈출①] 비만은 왜 질병인가?

복부비만은 만병의 근원일 정도로 위험하다는 연구가 많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나 살쪘지?” 아내가 걱정하며 체중계 위로 올라간다. 저울의 숫자에 충격을 받은 아내는 싫다는 남편을 데리고 운동을 나간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안 빠졌으면 또 나간다”는 말과 함께 체중이 줄었는지 다시 확인한다. 이 예기를 들은 남편은 깜짝 놀라며 체중계에 올라선 아내를 향해 급히 발을 뻗어 발가락으로 체중계 옆에 달려 있는 바늘 수동 조절기를 빠르게 움직인다. 아내는 확 줄어든 몸무게에 기뻐하며 남편을 부둥켜안는다.

위의 글은 대한비만학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경제신문사가 비만이 사회적 질병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공동 주최한 ‘가족의 비만’을 다룬 제3회 비만 25초 영화제에서 일반부 공동대상을 수상한 최은두 감독의 ‘제로 투 마이너스(Zero to Minus)’의 에피소드다.

영화제에선 이례적으로 일반부에서 이건우·이미소 감독의 ‘지켜야만 한다’도 대상을 차지했다. 청소년 부문 최우수상은 배예진 감독의 ‘반복’이 수상했다.

지난 9월 1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진행한 공모에는 일반부 94편, 청소년 22편 등 모두 116편이 출품됐고 이 중 13편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부부, 형제, 부모와 자식 등 가족과 함께하는 유쾌한 비만 탈출기를 담은 작품이 많았으며,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아 호평을 받았다. 수상자들에겐 총 3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세계보건기구는 1996년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자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코로나 사태로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운동부족, 배달음식, 야식 등으로 인하여 ‘확찐자’가 늘었다.

대한비만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몸무게가 3kg 이상 늘었다고 답했다. 비만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비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BMI) 25kg/㎡ 이상으로 정의하며, 대한비만학회 권고에 따라 BMI(body mass index) 25-29.9kg/㎡은 1단계 비만, 30-34.9kg/㎡은 2단계 비만, 35kg/㎡은 3단계 비만으로 정의한다.

정상은 18.5-22.9kg/㎡이며, 23-24.9kg/㎡은 과체중, 18.5 미만은 저체중이다. 복부비만은 남자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을 말한다.

대한비만학회의 ‘2019 비만 팩트 시트’(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9-2018) 한국인 비만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남자에서 두드러졌고 특히 20대와 30대 및 80대 이상에서 크게 증가하였다. 2018년 전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5.7%였으며, 남자 45.4%, 여자 26.5%였다. 복부비만 유병률은 23.8%(남자 28.1%, 여자 18.2%)였다.

2018년 청년(20-39세 성인) 비만 유병률은 36.8%(남자 48.5%, 여자 17.8%) 였으며, 전체 청년의 28.3%가 1단계 비만, 6.9%가 2단계 비만, 1.6%가 3단계 비만이었다. 청년 복부비만 유병률은 21.3%(남자 28.2%, 여자 10.3%)로 나타났다.

청년의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은 2.4배(과체중), 6.5배(1단계 비만), 20.8배(2단계 비만), 43.4배(3단계 비만)로 증가하였으며, 고혈압 발생위험은 1.6배, 2.8배, 5.7배, 9.1배 증가하였다. 심근경색의 발생위험은 1.2배, 1.6배, 2.7배, 4배, 그리고 뇌졸중 발생위험은 1.2배, 1.6배, 2.7배, 4.4배 증가하였다.

복부비만이 없는 청년에 비해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 당뇨병과 고혈압 발생위험은 5.3배와 2.6배로 증가하였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은 1.8배와 1.7배 높았다.

즉 비만을 방치하면 당뇨(제2형 당뇨병, 공복혈당 126 mg/㎗ 이상), 고혈압(혈압 140/90 mmHg 이상), 심혈관질환 등을 동반할 수 있는 질병이다. 비만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전문적인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2010년 보건복지부와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예방을 위한 인식 제고와 교육 및 홍보를 위해 10월 11일을 ‘비만예방의 날’로 제정했다. 2015년부터 세계 50개 지역의 비만 관련 단체가 세계비만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을 구성, 10월 11일을 세계 비만의 날(World Obesity Day)로 지정해 비만의 예방, 감소,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공동의 펼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회장 강재헌 성균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예방 및 치료와 관련된 학술적인 연구뿐 아니라 의료진, 운동전문가, 영양전문가 등이 중심이 된 비만 교육자를 양성하여 아동, 청소년, 성인 비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비만은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암 등 각종 심각한 질병의 원인질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릴 적 살은 다 키로 간다.” 흔히 부모들이 아이가 밥을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며,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고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아비만이란 보통 유아기에서 사춘기까지의 연령대에서 체중이 신장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 5명 중 1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최대 80%까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또한 각종 만성 생활습관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자아 존중감 하락과 그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 심지어 우울증까지도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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