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2급감염병’···코로나19 거울삼아 팬데믹 안되게 막아야
원숭이두창·수두·대상포진·농가진
코로나19가 다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원숭이두창 경보가 울렸다.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나이지리아 여행객을 통해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환자가 확인된 적이 있다. 하지만 10개국 이상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국한되었던 원숭이두창 사례들이 지난 5월 6일 영국에서 아프리카 외 지역으로 첫 원숭이두창 발병이 보고된 뒤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위스, 이스라엘 등으로 퍼지면서 현재 24개국으로 확산됐다. 5월26일 기준 25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한편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1284명이 감염되어 58명이 사망했다.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 내 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각국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월 4일 현재 21명의 감염사례를 파악했다. 모든 환자는 회복 중이며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다. CDC는 미국 내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5월 20일 최초 발생 건수 5건의 15배가 웃도는 77건(6월3일 현재)이 확진됐다.
캐나다 공중보건국의 테레사 탬 수석보건담당관은 대다수 감염자가 동성 및 양성애자 남성으로 드러났으며, 누구든 밀접 접촉을 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퍼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가장 많은 퀘벡주는 현재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면서 추가 확산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청장 백경란)은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관심’ 단계 감염병 위기 경보도 발령됐다. 2급 감염병은 코로나19를 비롯해 결핵, 수두, 홍역, 콜레라 등으로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며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원숭이두창 발병국 중 처음으로 감염자에 대해 3주간 자가 격리 지침을 내렸다. 잠복기가 최대 21일(3주)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한 방역 강화에 나섰다. 즉,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1958년 첫 발견
원숭이두창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로 인해 발생하는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으로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두창(천연두, smallpox)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처음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아프리카 콩고이며,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인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것은 이례적이다.
원숭이두창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계기로 최근 유럽에서 열린 대규모 파티가 지목되고 있다.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먼(David Heymann)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 차례의 ‘레이브 파티’가 유력한 원인이며 바이러스가 다양한 신체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퍼져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레이브 파티(Rave party)란 여러 사람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면서 벌이는 광란의 파티를 일컫는다.
증상은 고열, 몸살, 두통, 부기, 발진 등이다. 발진(發疹)은 얼굴부터 시작해서 손바닥, 발바닥 등 전신으로 번진다. 수두(水痘)와 비슷하게 물집과 고름이 생기며 가려움이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 감염 후 2-4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치명률은 바이러스 변종에 따라 3.6%(서아프리카형)에서 10.6%(콩고형) 정도로 높다.
감염은 주로 청설모 등 작은 설치류(齧齒類)가 숙주가 되며, 야생동물에게 물리거나 이들과 접촉하면서 감염된다. 사람 간 감염은 환자의 체액, 비말(飛沫, 침방울), 고름, 오염된 침구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 코로나19와 달리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 입자)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
증상은 고열, 몸살, 두통, 부기, 발진
원숭이두창 환자에게 직접 투여해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증상에 따른 대증 치료를 한다. 두창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유 백신은 없으나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 예방에도 사용될 수 있다.
두창 백신은 그 특징에 따라 1-4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송아지, 양 등의 피부나 림프에서 배양해 제조된 백신으로 해당 동물에 노출돼 있던 다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었다. 2세대 백신은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무균적 세포 배양해 제조한다.
3세대 두창 백신은 세포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해 두창 백신의 중증 이상 반응을 개선한 백신이다. 3세대 백신 중 덴마크 바비리안 노르딕사의 백신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원숭이두창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됐다. 이 백신을 사용할 경우 원숭이두창에 대한 85%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백신은 미국에서는 진네오스(Jynneos), 유럽에서는 임바넥스(Imvanex)로 불린다.
임바넥스 백신은 1-2세대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던 면역저하자 등에도 접종이 가능하다. 기존 두창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유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세대 두창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항원성은 유지하고 병원성을 낮춘 백신으로 아직 연구 단계로 상용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국내에는 1세대 백신과 국내에서 개발된 2세대 백신을 합쳐 3500만명분 정도가 비축돼 있으나 질병관리청은 일반인 접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두창 백신은 근육 주사 방식인 코로나19 백신과는 달리 분지침을 피부와 직각이 유지되도록 해 3초 안에 15회를 찔러야 하고 그 찌른 자국이 직경 5mm의 가상의 원 안에 모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생백신이라 의료진이 접종하다 감염될 수 있어 접종 전 교육이 필요하다.
치사율 높아 조기 진단 및 치료 중요
원숭이두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및 최근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여행할 때 야생동물과 유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원숭이두창은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속해있는 폭스바이러스과(Foxviridae Family) 오르소폭스바이러스속(Orthopoxvirus Genus)에는 △두창 바이러스(Smallpox virus)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 △우두 바이러스(Cowpox virus)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 등 네 가지 중요한 바이러스가 있다.
오르소폭스바이러스속에 포함된 바이러스들은 외피를 가지는 DNA 바이러스로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이 생기면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을 가지는 교차면역(cross immunity) 반응이 나타나고 동일한 치료제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원숭이두창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바이러스 질환에는 수두, 대상포진, 농가진 등이 있다. 원숭이두창의 수포성 발진은 수두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외형만 보고 다른 수포성 질환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수두(水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에 의한 급성 감염질환으로 피부병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 등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전파를 통해 감염된다.
수두
수두(chicken pox)는 10-21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얼굴, 팔, 다리 등 전신에 퍼진다. 1-2일이 지나면 붉은 발진이 염증성 물집(수포)으로 모습을 바꾸는데, 이때부터 피부병변에 전염력이 생기므로 격리해야 한다. 병변이 모두 딱지로 변하면서 자연치유가 된다. 성인의 경우 발열 및 전신 증상이 소아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합병증의 빈도가 높다.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다. 백신접종으로 예방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은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再)활성화되어 피부 발진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특정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피곤함, 발열, 몸살 등 전조증상을 보이다가 흉부나 허리와 같은 몸통 한쪽 부위에 가려움증, 통증을 동반한 띠 모양의 붉은 발진이나 수포가 생긴다.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 치료제 투여가 급성기 대상포진 치료의 표준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이나 청신경, 뇌막(뇌수막)까지 침투하면 안면마비, 이명, 뇌수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에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분포를 따라 다양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통증에는 소염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등을 사용하며, 항경련제와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농가진
농가진(膿痂疹, impetigo)은 주로 여름철에 소아나 영유아의 피부에 잘 발생하는 얕은 화농성 감염을 말하며, 물집 농가진(포도알균 농가진)과 비수포 농가진(접촉전염 농가진)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주 원인균은 황색 포도알균이며, 화농성 사슬알균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농가진은 무력증, 발열, 설사를 동반한 크고 작은 물집이 전신 곳곳에 퍼지는데, 이때 두꺼운 딱지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농가진은 임상적인 특징만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발생 부위에서 분비물이나 고름을 채취하여 그람염색(Gram staining)이나 배양검사와 감수성 검사를 시행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백혈구 증가는 환자의 약 반수에서 나타난다. 접촉전염 농가진은 대부분 2주 내에 자연치유되는 경과를 보이나 화농성 사슬알균에 의해 발생한 약 5%의 환자에서는 급성 사구체신염이 병발할 수 있다. 패혈증, 폐렴, 뇌막염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원숭이두창이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전이되는 ‘스필오버’(spill over)가 일어날 경우, 바이러스가 동물 집단에서 확산해 유럽에서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병원균이 야생 생태계로 옮겨가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필오버란 대부분 특정 종(種)에서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다른 종에 전파되는 종간 감염(種間感染)을 말한다.
바이러스는 퍼지기 시작하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난 2년의 코로나19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감염될 수 있다. 이에 원숭이두창의 조기발견과 지역사회 확산차단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