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스크린 여행의 바다로 풍덩 빠지다
[아시아엔=김용길 <동아일보> 기자, <아시아엔> 편집위원]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도 유효하고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 극장 스크린 앞 객석에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시대는 자제되고 있습니다. 이제 나홀로 공간에 나홀로 영화 관람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는 한 편의 영화를 골라 보면서 마음의 우울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한 편의 영화를 꺼내볼까요. 슬픈 영화를 볼까요. 사랑으로 질주하는 해피엔딩 영화를 볼까요. 시퍼런 칼날 같은 메시지가 꽂히는 독립영화를 볼까요. 인생에는 수많은 수수께끼와 우연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내도 그 비밀을 다 헤쳐 볼 순 없습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챌 즈음이면 짧은 생은 벌써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비밀을 여는 열쇠를 다양한 영화와의 만남을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스토리가 희로애락의 물결과 파란만장의 파도를 타고서 넘실댑니다. 우리는 타고난 바보나 소심한 겁쟁이가 아닙니다. 생계와 생존의 현실에 갇혀 있다 보니 마음은 작아지고 시선은 좁아졌습니다. 생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삶의 동선은 짧아지고 협소해졌습니다. 바로 이때 영화는 소심함과 타성을 깨뜨려줍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을 한번쯤 달리 살아보게 합니다. 영화는 당연한 것에 한번 문제를 제기해보라며 지친 제 어깨를 툭툭 건드립니다.
영화는 스토리를 품고 있습니다. 멋진 스토리는 지친 인생을 독려하고 다시 일어서게 해줍니다. 시네마 스토리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에 의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됩니다. 주인공의 무표정은 무엇을 숨기고자 함일까. 일관된 영화세트 색채는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여주인공의 드레스 코드는 무슨 함의일까. 영화 속에 숨겨진 연출의 메타포를 스토리텔링해주는 감독의 의도를 눈치 채는 것. 첫 관람은 혼란을 던져주었으나 명작은 두 번째 세 번째 관람을 거치며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 보입니다. 이 과정은 흥분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즐기면서 공감능력을 키우고 표현의 다양한 기법을 배웁니다. 둔감해져가는 순수를 깨닫고 타인의 삶을 엿보기도 합니다. 사회적 소수를 대변하는 영화는 완고한 근본주의의 횡포를 고발합니다. 멋진 영화는 열린 사회 열린 의식을 보여줍니다. 주류 프레임을 의심하고 비주류의 생기발랄함을 앵글에 담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읽어 봅니다. 영화의 여운이 밀려옵니다. 이때 제 삶은 한 뼘 더 넓어집니다. 슬픔에 공감하고 사연에 교감하면서 어느덧 상처받은 마음은 위로받고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영화의 힘은 의외로 강합니다. 힘겨운 코로나 시대, 삶의 생계 전선이 흔들립니다. 모두 저 하늘 철새처럼 이동하지 못하고 붙박이로 은거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은 외롭지만 영화 한 편은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쳐다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