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나의 아저씨’…”‘날 위로해 주는 사람’은 어디에?”

<나의 아저씨>(2018)에는 고농도 러브씬이 없다. 드라마 평가자들은 포옹, 치유, 위로, 배려의 감성을 시청자에게 흠뻑 주었다고 말한다. 뛰어난 작가의 대사 한줄 한줄은 인위적인 힘을 뺀 일상적 감동 어휘로 폐부를 콕콕 찔렀다. 주인공 지안과 아저씨의 입을 통해 나오는 한국어는 해외 시청자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아내의 일탈로 가정 파탄, 직장 사내 정치에서 무력하게 짓밟히는 중년 샐러리맨, 무표정 속에 행복의 기미는 없다. 엔지니어링 회사 건축구조기술사로서 안전진단 부서장으로 겨우 남아 있는 아저씨.

그에게 사람이 찾아 온다. 지안. 평생 사채꾼의 함정과 폭력에 시달렸다. 갚아도 갚아도 빚은 줄지 않는다. 20대 가녀린 지안이 아저씨 공간으로 찾아든다. 단 한번도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다. 학대와 한 줄기 생존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파견직 여직원 이지안이 직장 상사 아저씨의 눈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은 일을 함께 하다 정이 든다. 그게 동료애다. 연대의식이고 기본 동기부여다. 가녀린 지안(至安)의 힘겨움을 지켜보는 아저씨. 생전 이런 도움의 아저씨 본 적 없다. 아저씨 삶도 가녀리다. 음모의 희생자, 그의 인생을 도울 수 있으니 차라리 다행이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지치고 상처받을 때 나와 대화가 가능한 아저씨가 어른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밥 좀 사주죠”
“술도 사줄게”

건물 안전 진단 전문가 동훈.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틸 수 있는 거야”

“한 번 안아봐도 돼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지안의 환한 미소.
“아저씨, 제가 밥 살게요”

*박동훈 부장(이선균)의 비음 섞인 중저음 콧소리는 복제될 수 있을까. 영원히 그의 몫이다. 또박또박 걷는, 흥분하지 않고 지안을 바라보며 차분한 동훈 부장님. 보고 싶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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