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흑사병과 21세기 코로나···거대한 죽음의 파도 넘어

G20 정상 화상회의 중인 문재인 대통령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 되어가는 것 같더니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 걱정이 크다.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생겨난 현상인 것 같다. 모두가 다 우리나라 국민이고 동포이니 입국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몽골 북쪽과 시베리아 남쪽에는 타르바간이라는 들쥐의 일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겉 보기에는 작고 귀여운 이 동물이 세계 역사를 바꾸리라 상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 동물과 가까이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먹을 것이 귀해도 이 동물만은 건드리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 만졌다가는 큰 변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이 동물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나름대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13세기 칭기스칸과 그 후예가 유라시아 대륙을 통일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상인들이 중국의 비단과 동방의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실크로드로 몰려든 것이다. 남쪽과 북쪽 두 개의 실크로드 중 사람들은 덥고 언덕이 많은 남쪽보다 비교적 평탄하면서 덜 더운 북쪽을 택했다. 그런데 이 북쪽 실크로드는 타르바간 군락지를 지나야만 했다.

이를 처음 본 여행객들은 타르바간을 잡아 가죽을 벗겨 털옷을 만들어 입었고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이 옷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옷을 입은 사람 중 하나가 몸 이곳저곳이 부풀어 오르며 악취를 풍기다 죽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와 접촉한 사람이 하나 둘씩 쓰러지다 급기야는 이들이 거쳐 간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그 첫 희생제물이 중앙아시아 지방이었다. 중국과 서방, 러시아와 중동을 잇는 교차로에 있던 이 지역은 1339년 역병이 돌면서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했다. 그 다음이 이탈리아 제노바인들이 개척한 흑해 연안의 무역항 카파였다. 마을주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것을 본 제노바 선원들은 1347년 배를 타고 시칠리아로 도주했다.

하지만 이는 이 역병을 유럽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만 했다. 이것이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흑사병, 페스트의 시작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설이 분분해 잘 알 수는 없다. <거대한 죽음>의 저자 존 켈리에 따르면, 역병 전 7500만에 달하던 유럽 인구는 그 후 5000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유럽 인구의 약 1/3이 사망한 셈이다. 절대 인구수로는 제2차대전을 제외하고 최다이고, 인구비율로 보면 인류 사상 최악의 재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병은 인류 역사상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왜 이런 악성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일까?

첫째, 악성 바이러스 때문이다. 쥐벼룩에 기생하고 있는 페스트라는 바이러스가 아주 악성인 까닭이다. 다른 쥐벼룩 바이러스는 쥐벼룩이 물어야 감염되고, 물려도 물린 부위만 부풀고 말지만, 이 바이러스는 몸 전체로 퍼지는 것은 물론 기침을 유도해 침으로도 타인에게 전파시키는 특징이 있다.

둘째, 흑사병은 동서교역로가 뚫린 후 발생했다. 당시 몽골은 대륙 곳곳에 설치된 역참기지를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조랑말로 연결해 놓고 있었다. 빠른 물자와 정보의 이동이 전염병의 세계적 보급을 쉽게 한 것이다.

셋째, 질병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병의 전염경로에 대해 알지 못하던 당시 유럽인들은 교회에 모여 하루 종일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회는 절대 다수가 기독교인이었던 유럽 곳곳에 질병이 퍼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26일 G20 정상회의가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화상(畫像)으로 열렸다. 전 세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경을 초월한 방역과 경제 공조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도출해냈다.

지금 세계 각국으로부터 국내산 진단키트 수입 등 지원 요청이 몰리고 있다. 제품뿐 아니라 전문가를 파견해줬으면 좋겠다는 나라도 많다. 세계 최강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지원을 요청했다. 어쩌면 코로나가 흑사병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거대한 죽음의 파도를 넘을 수 있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세계가 이를 인정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용기를 잃지 않으면 더 빨리 죽음의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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