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짓는 방법, 천국에 이르는 길

백범 김구 선생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필자는 젊어서 한 때 나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고 기고만장하고 산 적이 있었다. 그것이 오랜 세월 스승님의 질타(叱咤)로 조금씩 머리를 숙이게 되어 이제는 ‘세상에 저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 옛날에 공자님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다. <논어> ‘학이편’(學而編) 제8장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말씀이 나온다.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공자가 말했다. 나보다 못한 친구는 없다. 혹은 나보다 덕행이 부족한 사람과는 벗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잘못을 했으면 즉시 고쳐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도 공자님과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른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며,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룬다. 모든 것은 내 자신에 달려 있다.

어떤가? 이제는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은 없어지셨는지? 필자도 80이 넘은 황혼 길에 서서야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쳤으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그럼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사람을 잘 분별한다. 사람을 잘 분별하여 가려 사귀지 못하고 덕이 부족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가 있다.

둘째,? 문제는 내 안에 있다. 중요한 것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나에게 문제가 있으면 우선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셋째, 성공은 환한 대낮에 다가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꾸준히 노력해서 노하우가 쌓이면 모르는 사이 슬그머니 곁에 다가와 미소 짓는 것이 성공이다.

넷째, 성공의 조건 중에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필자처럼 건강엔 자신 있다고 천하를 뛰어 다닌 사람도 결국 다리에 문제가 생기니까 더 이상 뛰어다니며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곧 해는 지는데 공덕은 눈꼽만치도 짓지 못했으니 이를 어이하면 좋을까!

상대가 아무리 나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이라도 나보다 잘하는 것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 겸손이 모든 미덕의 근본이다. 겸손은 굴기하심(屈己下心)의 마음이 우리의 삶과 정신 속에 깊숙이 자리잡을 때 생긴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친절할 수 없고 친절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겸손할 수 없다.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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