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은 ‘싸가지 없는’ 후보·정당 심판의 날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싸가지’라는 말이 있다. ‘싹’과 ‘아지’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동물의 새끼나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미사 ‘아지’가 ‘싹’과 결합하여,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처음 상태인 싹수를 일컫는 말이 됐다.
그런데 그 말이 바뀌어 비유적으로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낌새나 징조를 가리키는 속어로 쓰이게 됐다. 그것이 또 바뀌어 본래 뜻은 옛날에 한양도성을 건립할 때, 인간이 갖춰야할 덕목(德目)에 따라 ‘네 가지의 문’을 동서남북에 세웠다는 데서 연유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첫째, 동대문.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이다. ‘인’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엾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둘째, 서대문.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서 돈의문(敦義門)이다. ‘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셋째, 남대문.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입니다. ‘예’는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넷째, 북문.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라 해서 홍지문(弘智門)이다. ‘지’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다섯째, 보신각.
그 네 개의 문 중심에 가운데를 뜻하는 ‘신(信)’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건립했다. ‘신’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가운데에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마음을 말한다.
이렇게 한양도성은 ‘오상(五常)’에 기초하여 건립했다. 우리 조상들은 도성을 짓는 데도 사람의 도리를 중시하는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지고 지었다. 그리고 보신각이 4대문 중심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의예지’를 갖추어야 인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인의예지 네 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가지’ 없는 놈, 혹은 ‘싸가지’ 없는 놈이 된다. 우리는 은연 중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써왔다. 이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모른 채.
‘5’라는 숫자는 천지의 조화를 상징하며, 우주의 이치가 모두 담겨 있는 신비로운 숫자다. 5는 3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완전수(完全數)다. 5가 3과 호응하면 그 의미가 더 커진다. 삼강(三綱)에 오륜(五倫)이 갖춰지면 인륜(人倫)이 서고, 삼황오제(三皇五帝)는 태고적 이상적인 군주(君主)의 총칭(總稱)이다.
우리가 먹는 송편에도 오방색(五方色)의 조화가 들어 있다. 서양의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7색이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5색을 기본색으로 한다. 서양의 음계(音階)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7음계인 반면 동양은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5음계다.
발음 기관도 어금니牙·혀舌·입술脣·이齒·목구멍喉 등 오성(五聲)으로 구분한다. 우주의 운행도 음양(陰陽)의 이치 위에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五行)이 겹쳐 운행된다. 음식의 맛도 맵고辛, 시고酸, 짜고鹹, 쓰고苦, 단甘 5가지 맛으로 구분하였다.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누리고픈 오복(五福)은 오래 살고壽, 부유하며富, 건강하고康寧, 덕을 닦고攸好德, 편안히 죽음을 맞는 것考終命이라 했다. 인간의 내장도 폐장(肺臟)·심장(心臟)·비장(脾臟)·간장(肝臟)·신장(腎臟)의 오장(五臟)을 갖추었다.
사람은 오장만 갖추어서는 안 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을 갖추어야만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인격체가 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