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흘리면 어깨통증도 잊고, 가장 기쁘다”···이만수 감독 의성서 ‘홈런’
[아시아엔=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스 감독] 지난 12, 13일 이틀간 경북 의성에 내려가 재능 나눔을 했다.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경북 의성은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HBC 선수들이 봉사활동을 했다. 나도 평소 아끼는 후배인 권혁돈 감독과 의성군을 방문해서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는 재능나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나는 정식 야구단이 아닌 지역 어린이 대상 재능나눔은 처음 진행했다. 도착하니 방문소식을 듣고 어린이 30여명과 부모 50여명 그리고 의성 군수님이 야구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HBC 선수들과 의성 어린이들이 양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했다. 의성 유소년야구팀은 엘리트선수 없이 순수하게 취미로 하는 어린이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야구에 소질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날도 벤치에 50여명의 부모님이 앉아 있었는데 자녀들보다 더 열광하고 응원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 분들이라 자기 자녀가 2루타성인데 한 베이스만 가면 밴치에서 그라운드로 뛰어 나와 “빨리 한 베이스 더 가라”며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옆에서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응원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권혁돈 감독이 나를 부르는 것이다. 그는 “이만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타석에서 타격시범을 보여 줄 것입니다”하며 소리를 높였다. 이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포수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재능나눔을 하러 다니느라 양쪽 어깨 인대가 여러 군데 끊어진 상태다. 연일 바쁜 일정으로 수술 날짜를 계속 미루고 있던 중이라 내가 좋아하는 배팅 볼 던져주기와 타격시범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이런 상태에 있는데 갑자기 권혁돈 감독이 “이만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타격시범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할 때 무척 난감했다. 이렇게 100명이 넘는 ‘관중’(?)이 기다리는데 안 할 수도 없고 과연 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일단 야구배트를 잡았다.
첫타석 파울볼 칠 때 솔직히 왼쪽어깨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팠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이 옆에서 “이만수! 이만수!” 하며 외치는데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두번째 타격하는데 또다시 파울볼을 쳤다. 마찬가지로 어깨가 아파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 다시 도전했다.
마지막 3번째로 타격했는데 거짓말처럼 너무 잘 맞았다. 홈런이었다. 다이아몬드 한 바퀴 도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현역시절 수백개 홈런을 칠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나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야구복만 입으면 땀나는 것조차 신났다. 아주 오랫만에 쳐본 홈런의 손맛이 얼마나 좋은지···. 잠깐이나마 현역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나는 야구할 때가 가장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