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감독의 돌직구②] 메이저리그의 ‘자발적 연습’이야말로 프로선수의 ‘기본’
[아시아엔=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스 감독] 미국에선 경기 시작 한참 전에 일찍감치 야구장에 나와 각자 개인운동에 들어간다. 물론 야구장에 나와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대부분 야구장에 일찍 나오는 선수들은 개인 전력분석실에 들어가 그날 상대할 상대팀 투수에 대해 분석하던가 아니면 글러브나 배트를 손질하곤 한다. 야수들은 단체로 훈련 들어가기 전에 필히 하는 것이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야구장에 5시간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타격코치가 개인에 따라 실내에서 T?배팅연습을 꼭 40-50개 정도 한다.
그리고 투수들은 각자 반바지 입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계를 들고 운동장을 뛰던가 아니면 야구장 스탠드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짜여진 시간에 맞추어 뛴다. 또 한가지는 야수나 투수 할 것 없이 일주일에 W?T 개인의 양은 꼭 채워야 한다. 야수들이 일찍 야구장에 나와 W?T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게임 후에 W?T 하는 야수들도 있다. 투수들도 야수들과 똑 같이 W?T를 한다.
이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마이너리그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식으로 경기 전후에 W?T를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마이너리그부터 몸에 배어 올라오기 때문에 누가 시켜서 한다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개인적으로 할 때도 있지만 필히 이들 곁에는 트레이닝 코치가 함께 한다.
미국에서 한동안 적은 훈련 양에 적응이 되지 않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당해 했던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다. 늘 어린 시절부터 시켜서야만 했던 나로서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이 당시 몸이 근질거려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과 같이 야구를 하면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가거나 소리지르는 것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27년 동안 한국에서 야구 했던 습관으로 인해 한번은 야구장에 나가 파이팅 하며 소리를 지르니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깜짝 놀라며 “왜 소리를 지르느냐? 어디 아프냐?”는 것이다. 혹시 집에서 스트레스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다.
지도자들이 하는 것이라곤 손뼉치고 휘바람 부는 것이 전부인 것 같이 보인다. 물론 코치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각자 능력대로 알아서 준비하지만 말이다. 27년 동안 야구장에서 엄청난 양의 펑고와 땀을 흘리고 또 고함을 지르던 내가 미국에서 소리도 지르지 않고 엄청난 양의 펑고도 받지 않고 땀도 하나도 흘리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 보니 나중에는 허리가 아파 저녁마다 허리치료 받았던 기억이 난다. 동양야구는 이들과 다른 정신력의 야구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62게임, 한국은 144게임이다. 요즈음 한국에도 홈팀이라면 최소 메이저리그처럼 경기 전 5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대부분 선수들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훈련하는 방법과 우리나라 선수들이 훈련하는 방법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메이저리그는 ‘연습을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위한 연습’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스타일은 어떤가? 보이기 위한 연습을 할 때가 많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야구인지 게임을 위한 연습인지 아니면 연습을 위한 연습인지?
얼마나 많은 양의 훈련을 했으면 정작 게임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힘이 없어 맥을 못 출 때가 많다. 너무 무리한 연습으로 인해 게임에 들어가서는 처음 1회부터 전력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2?3회 정도 지나서야 정신 차려 게임에 집중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도 37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전에 많은 양의 연습으로 인해 게임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현장 지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많다. 지도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연습을 많이 시켜야 좋은 지도자라는 소리를 듣는 풍토이고 젊은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훈련량이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세뇌되어 자란다.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 한다.
혹 경기에서 잘하지 못하거나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십중팔구 “ 연습이 적었다 “ “ 또는 겨울에 충분히 몸을 만들지 않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라고 선수들 스스로 인터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연습이 적었다고 이야기 하면 외국인 선수들이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각 팀마다 용병선수들이 3명씩 있다. 기회가 되면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프로선수 할 것 없이 이들 미국선수들이 시즌 때나 시즌 후 어떻게 훈련하고 개인연습을 하는지 꼭 물어보았으면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밤 문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해만 떨어지면 그렇게 화려하고 큰 도시들이 거짓말처럼 유령의 도시가 된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기가 끝이 나면 저녁 10시쯤 되다 보니 다운타운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든가 아니면 친구와 차라도 한잔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말 밤에 놀기 좋은 나라다. 화려 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나와 늦은 밤까지 마시고 논다. 젊은 선수들이 자칫 잘못 행동하기라도 하면 밤문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와 환경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이런 문화 속에서 평생 지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돈보다는 정말 야구가 좋아서 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선수 마지막까지 정말 어린이처럼 단순한 생활을 한다. 정말 야구를 좋아서 하는 선수와 돈만을 위해 운동하는 선수들의 마음 자세가 현격하게 다름을 보게 될 때가 많다.